KBS2TV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진들이 배명중학교 야구부와의 경기 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리오의 수비장면과 김C가 해설하는 모습(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
'천하무적 야구단' 즐거운 수난시대
중학생 팀과의 복수전, 좌충우돌 실책의 연속
승패 떠나 투혼 땀방울 "내일은 꼭 역전드라마"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언더스로 투구 동작이 자연스러웠고 공 속도도 제법 빨랐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키 작은 타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자 주저 없이 방망이가 나갔다.
뒷그물을 맞히는 파울 볼. 타자쪽 덕아웃에서는 '그것도 제대로 못 치냐'는 힐난 섞인 탄식이 쏟아졌다. 자존심 상한 임창정이 외쳤다. "내 공 그리 쉽게 칠 수 있는 게 아냐!" 덕아웃에서 이어지는 야유. "우~."
지난 23일 낮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천시 2군 경기장인 베어스필드에서 한 중학생 팀과 성인 팀 간에 야구 대결이 있었다. 야구로 잔뼈가 굵고 있는 서울 배명중학교 선수들이 이제 막 야구에 눈을 뜬 연예인 어른들의 손목을 비틀었다.
KBS 2TV의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토요일'의 인기 코너 '천하무적 야구단' 촬영 현장에선 가수 이하늘과 김창렬, 탤런트 오지호 등 연예인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단 '천하무적'의 '즐거운 수난'이 펼쳐지고 있었다.
■ 이름은 천하무적이건만…
이날 경기는 천하무적 선수들에겐 특별했다. 지난 4월 7일 그들의 창단 첫 상대였던 배명중에게 1대11로 당한 콜드게임 패배의 수모를 씻어낼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날의 지상목표? 콜드게임 패는 면하고 5회까지 경기를 진행하는 것. 단단히 다진 각오 덕택일까. 천하무적 선수들은 초반 선전을 펼치며 첫 승리의 가능성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제 고작 창단 2개월에 네 번째 경기를 치르는 애송이 야구단의 오합지졸 면모가 어디 가겠는가. 잦은 실책과 판단 미스가 자멸로 이어졌다.
배명중의 1루 주자가 도루를 하는 순간 당황한 포수 마리오가 구원 투수 오지호의 투구를 뒤로 빠뜨렸고, 그 사이 주자는 3루로 내달렸다. 마리오가 3루로 던진 공은 악송구가 되어 외야로 굴렀고, 주자는 여유 있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동네 야구에서도 보기 드문 실책의 연속.
심리전에서도 중학생에게 밀렸다. 만능 스포츠맨 오지호는 배명중 후보 선수들이 동요 '옹달샘'의 가사를 바꿔 "안타 치러 왔다가 삼진 먹고 가지요"라고 노래를 부르기 무섭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여기에 슬쩍 염장을 지르는 주심의 한마디까지 더해진다. "중학생이라도 제대로 던지면 (연예인들이) 못 치지. 체계적으로 배운 애들이랑 어디 같나?" 최강 사회인 야구단을 외치며 창단한 천하무적으로선 구단 이름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 투혼은 선수들 저리 가라
자신들보다 키가 한 뼘은 족히 작은, 조카 뻘 중학생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를 유린 당해도 천하무적 덕아웃엔 '한번 해보자'는 열기가 가득했다.
선수들이 실책을 하면 좌장 격인 이하늘이 "괜찮아" "집중해"라는 말로 동료들을 다독였고, 단장 역을 맡은 가수 백지영은 해설진의 타박이 있을 때마다 선수들을 옹호했다.
김창렬은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온 탤런트 마르코에게 "방망이를 휘두를 때는 허리와 팔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며 한 수 지도했고, 오지호는 "오늘 4회까지는 가야 해"라며 선전을 독려했다. 투혼은 프로급이었다. 이하늘은 더블 플레이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치고도 "괜찮아"를 연발했다.
승패를 떠나 마음에 드는 플레이가 나오면 마치 우승한 것마냥 환호하는 모습도 이들만이 연출할 수 있는 풍경. 포수 마리오가 유격수 앞 깊숙한 땅볼 타구 상황에서 홈을 파고드는 배명중 2루 주자를 몸으로 막아내 아웃 시키자 천하무적 선수들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마리오를 끌어안았다.
이하늘은 "열정은 있는데 아직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미있게 논다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하는데 동료들이 개인연습도 많이 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천하무적 야구실력의 일취월장을 가장 바라지 않을 제작진도 마음만은 연예인과 함께 뛰고 있었다. 최재형 PD는 "촬영장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연예인 선수들이 너무 야구를 잘하면 당혹스럽다"면서도 "그래도 우리 팀이라는 생각이 강해 살짝 잘했으면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