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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이 일본에서 실패한 까닭은

윤탱여팬 2011. 3. 26. 19:59

2NE1이 일본에서 실패한 까닭은



【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여성아이돌그룹 2NE1의 일본 진출 실패가 화제다.

뉴스엔 3월17일자 기사 ‘요란했던 2NE1 일본진출, 결과는 민망 오리콘 18위 어쩌나’는 “16일 일본 오리콘차트에 따르면 2NE1이 이날 발표한 앨범 ‘2NE1’은 앨범 데일리차트 18위로 첫 입성했다. 같은 날 데뷔싱글을 발표한 비스트가 1만여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싱글 데일리차트 2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라며 “이 같은 기대 이하의 성적은 지진여파로 프로모션을 하지 못한 점을 이유로 꼽기도 하나 이는 같은 날 데뷔한 비스트가 싱글차트 2위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18일 티브이데일리는 기사 ‘2NE1, 日 진출기 성공 예감 적신호 3가지 이유는?’을 통해 2NE1 일본 진출 실패 원인을 더 자세하게 짚었다. 기사는 먼저 2NE1 실패 요인으로 일본 도호쿠대지진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같은 날 비스트와 류시원이 데일리차트에서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해 지진의 여파가 일본 가요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면서도 “2NE1으로서는 지난 11일 방송될 아사히 TV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할 예정이었고, 앨범 발매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방송 취소가 앨범 판매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기사가 지적한 부분은 2NE1의 콘셉트 실패다. “2NE1의 음악이나 패션은 독특하다. 여느 걸그룹과는 다른 파격적 패션에 대중들은 신선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의 음악과 패션은 국내에서뿐이다. 일본에는 한국의 대중가요보다 더 많은 장르의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음악 장르가 일본보다 부족하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활동 면에서는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기사는 한류 걸그룹의 포화상태 역시 2NE1 실패 원인이라 주장했다. “국내 여러 걸 그룹이 진작에 일본에서 이름을 알리고 활동을 시작한 것에 비해 2NE1은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국 걸 그룹 홍수로 2NE1의 관심이 비교적 낮아진 것도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2NE1이 참 인기긴 인기인가 보다. 단순 인기라기보다 지지층이 탄탄한 분위기다. 특히 연예미디어 기자들 중에 2NE1 지지층이 두텁다는 소문도 허튼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보통 이 정도 자극적인 ‘떡밥’이 주어지면 연예미디어는 일제히 달려든다. 포털사이트에 수십, 수백 개 관련 기사들이 뜬다. 그러면서 ‘2NE1 초토화의 날’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3월25일 현재까지 한 포털사이트 기준으로 2NE1 일본 진출 실패 관련기사는 고작 7건에 불과하다. 매체 기준으로는 5군데다. 무명 신인탤런트 소개 기사도 이것보단 많이 뜬다. 연예기자들끼리 알아서 함구하며 2NE1 실패를 ‘묻고’ 가려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굳이 상황을 분석해 비스트와 비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적어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길 기대한다. 2NE1의 이번 앨범 실패는 사실상 ‘당연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앨범이 실패했다고 해서 2NE1 일본 진출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단 2NE1이 3월16일 발매한 ‘2NE1’은 ‘앨범’이었고, 비스트가 같은 날 발매한 ‘쇼크’는 ‘싱글’이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시장에서 싱글은 화제성만으로도 팔 수가 있다. 그러나 앨범은 그렇지가 않다. 해당 뮤지션에 대한 신뢰도가 우선시 된다. 가격도 2.5배 이상 차이 나거니와, ‘바로 지금’ 유행하는 노래 한 곡을 사는 것과 특정 뮤지션의 8~15곡을 한꺼번에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결국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뮤지션이 무턱대고 앨범부터 밀고 들어온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다 ‘2NE1’은 한국어 앨범이었다. 물론 카라가 지난해 9월29일 발매해 10만 장 가깝게 판매한 ‘2007~2010 카라 베스트’처럼 한국어 앨범 히트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카라가 싱글 ‘미스터’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난 뒤 내놓은 팬서비스용 상품이었다. 일본에서 일본어 싱글 자체를 내놓은 적조차 없는 2NE1 입장과는 전연 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NE1’은 정규1집도 아니라 2009년 내놓은 데뷔 미니앨범 수록곡들에 이후 공개한 멤버들 개인 싱글 곡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었다. 언급했듯 2NE1은 아직 일본어 싱글조차 없어 현재 존재하는 일본 팬층은 모두 기존 한국 곡들을 ‘어떻게든’ 구입해 들은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미 갖고 있을 법한 곡들만 우겨넣은 앨범을 내미니 오히려 팔리는 게 이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갖고 있는 곡들이더라도 또 한 번 사주기도 하는 게 일본 팬층의 심리이긴 하다. 이른바 ‘컬렉터’ 기질이 강해 같은 곡들을 수록하고 있어도 앨범의 사양이 다르면 또 사주기도 한다. 심지어 앨범 표지나 속지 디자인만 달라도 또 산다. 그런데 이 정도 열성을 만들어내려면 기본적으로 2NE1은 일본시장에 선(先)투자를 했어야 했다. 공식 진출 이전이라도 쇼케이스 등을 열어 팬들과 직접 만났어야 했다. 팬들에게 퍼포먼스도 보여주고 대화도 나눴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살가운 접촉, 관계마케팅의 산 현장을 무척이나 중요시 여긴다. 그 정도 유대관계가 생겨야 이미 다 들은 곡, 갖고 있는 곡들이더라도 또 한 번 사줄 용의가 생긴다.

그런데 2NE1은 그런 선투자를 일본에 해본 일이 없다. 고작해야 지난해 11월 일본서 열린 ‘서울-도쿄 뮤직페스티벌 2010’에 참가, 다른 팀들과 섞여 몇 곡을 부르고 내려간 게 다다. 이 정도 투자 갖고선 암만 팬층이더라도 그 집결력과 충성도 면에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3월 넷째 주 2만8532장을 팔아 오리콘 싱글 위클리 2위를 차지한 비스트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27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일찌감치 쇼케이스를 열어 팬층을 다졌고, 이번 싱글 프로모션도 철저히 했다.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는 의문은 하나다. 이처럼 ‘도저히 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왜 YG엔터테인먼트와 2NE1 일본기획사 에이벡스 측은 ‘2NE1’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한국어 앨범부터 일본시장에 들이민 걸까. 상당부분 ‘밑밥’을 다지는 시장전략이었으리라 추측된다.

2NE1은 사실상 일본 대중시장에 잘 들어맞지는 않는 팀이다. 일단 2NE1이 힙합 베이스 음악을 펼친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일본에서 힙합은 대중 장르가 아니다. 드래곤 애시, 립 슬라임, 엠플로 등 몇몇 힙합 뮤지션들이 있긴 하지만 철저히 아티스트적 영역에서 활동하며, 그 인기도 아이돌의 그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한국처럼 아이돌의 외피를 입고 힙합을 구사하는 팀은 없다.

‘2NE1’ 선발매는 바로 이런 악조건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어차피 일본어 버전 ‘고 어웨이’는 그대로 갈 예정이었으니 가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섰을 수 있다. 대중반응을 자신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힙합 등에 관심 있는 마니아층까지 끌어들여야 승부수가 선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마니아층은 싱글 한 곡만으로는 끌어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 동시에 섰을 수 있다.

결국 ‘2NE1’ 앨범은 ‘고 어웨이’를 통해 2NE1의 음악적 경향에 흥미를 느낀 일본 마니아층을 고조시키기 위해 깔아둔 ‘밑밥’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반대중 반응 플러스 마니아층 결집을 통해 ‘위-아래 양 방향’으로부터 탄탄한 저변을 쌓아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꾀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렇듯 차곡차곡 쌓아올린 전략도 대자연 앞에서는 무력했다는 결론이다. 도호쿠대지진 탓에 ‘고 어웨이’ 발매는 연기되고, 2NE1의 일본 진출 자체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결국 남은 건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생뚱맞은 앨범 ‘2NE1’뿐이 됐다. 밑밥 전략도 마니아층으로의 팬층 확대 전략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물론 도호쿠대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YG-에이벡스 전략대로 진행됐더라도 여전히 2NE1 일본 진출은 난항을 겪었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일본시장을 노크한 포미닛조차 낯선 일렉트로 힙합을 구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직까지 메인스트림적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2NE1 일본 진출은 현재 한국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힙합 여성아이돌그룹이 과연 일본에서도 먹힐 수 있을까를 실험해볼 가장 대대적인 기회, 그리고 사실상 거의 마지막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험에 대한 답은 이제 지진과 함께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2NE1’의 데일리 18위, 위클리 24위라는 처참한 기록만을 남기고 말이다. 언제 또 실험의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일본 내 제2차 한류가 새로운 흐름을 전달하지 못하고 정체돼버리리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