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 A씨(여, 24)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옷이 가득 든 쇼핑백까지 들고 있었다. 홍대에 단편영화 촬영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매니저나 코디네이터가 없으니 직접 의상 등 소품을 준비해야 한다.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닌 그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더 늦어지면 기회를 영영 잃게 될까 봐 연기자에 도전하고 있다. 햇수로 3년. 대학로의 소규모 극단에서 연극 무대에도 서고 단편 영화 수 편에도 출연했지만, 아직 배우 타이틀을 얻긴 멀고 험난하다.
단역 배우 B씨(33)는 촬영이 없을 때면 큰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솔직히 이곳에서 빡세게 일하며 받는 돈이 촬영하며 받는 돈보다 더 많다"면서도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단다. 자신을 받아주는 촬영 현장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배우협회에 등록된 연기자는 약 520명이다. 이곳에 등록되지 않은 배우들이나 한국방송연기자협회 등 다른 협회에 소속된 배우들, 또 배우 지망생인 예비 배우들도 있으니 어림잡아 5000명은 넘는다.
배우들의 일터는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현장 등이다. 드라마는 방송사 당 아침, 일일, 주말, 월화, 수목극 등이 있다. KBS와 SBS 등 방송 3사에서 5~6편이 방송되고,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드라마도 있다. 30편 정도가 시청자를 찾는다. 한국영화는 지난 한해 150편이 개봉했다. 연극과 뮤지컬도 한해 십수 편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이 많은 듯 보여 배우들이 자신들의 끼를 펼칠 확률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 A급 스타와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조연 연기자들만 TV에 자주 출연한다. 하늘의 별 따기다. 영화 현장도 배역을 따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얼굴을 알 리 없는 배우 지망생과 단역 배우들이 현장에 섞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연극과 뮤지컬은 TV와 영화보다 수월해 보이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예외는 있는 법이다. 눈에 띄고 개성적인 마스크를 가진 배우들이나, 인기 아이돌 혹은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다. 특히 가수들은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많은 제작자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이들을 투입한다. 이름값에 기대는 생각이다.
제작자가 당연히 티켓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제작진과 함께, 출연 배우가 비난을 듣기도 한다. 최근 SBS TV 월화극 '야왕'에서 백도훈을 연기한 동방신기의 정윤호가 대표적이다. 팬들은 정윤호의 TV 출연을 반겼고 그의 연기를 좋아했지만,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가도 꽤 많다.
물론 요즘 들어 연기 잘하는 가수들이 나오고 있긴 하다. JYJ의 박유천이나 애프터스쿨의 유이, 현재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방영 중인 KBS 2TV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 등이 호평 일색이다. 정윤호도 과거 출연작과 비교하면 많이 자연스러워지긴 했다. 하지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보다 정말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연기를 잘해야 한다. 이유는 그 자리를 원하는 배우 지망생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B씨는 "20대 초중반 배우 인재풀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내 주위에도 그렇고,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런데 왜 가수들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제작사에서 이들을 이용해 흔히 말하는 티켓 파워를 키우려는 게 큰 것 같다. 그 말이 이해가 가고, 어쩔 수 없다는 게 더 아쉽다"고 짚었다. A씨는 "아이돌 가수들이 너무 쉽게 어떤 작품에 들어가는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며 "소속사를 잘 만나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매니지먼트 회사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노래를 부르다가 인기를 얻으면 그때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좀 더 수월한 방법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천지인데도 왜 아이돌 가수들을 쓸까 했는데 인지도가 높아지면 연기하기가 더 편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난 노래보다는 연기가 하고 싶어 제의를 거절했다"고 기억했다.
유명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가수들의 팬들에 기대는 생각도 솔직히 조금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 명의 연기자로, 그 역할이 잘 어울리고 연기도 잘 해낼 것 같아 캐스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좀 많이 공감!! 나는 아이돌 나오면 그냥 안 봄..
물론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하는데 계속 나오는... 그런 아이돌은 그냥 좀 본인 노래연습이나 많이했으면 좋겠음
드라마 흐름 다 깨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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