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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퇴행, 안전하고 쉬운 돈벌이의 유혹-부러워서카나 이새x..

윤탱여팬 2009. 1. 8. 22:06

문화퇴행, 안전하고 쉬운 돈벌이의 유혹


중독성 짙은 후렴구 반복 ‘30초짜리 음악’

이혼·파혼·악녀…‘클리셰’ 남발 드라마

찍어내는 그림 ‘지클리’…‘뮤비컬’ 되풀이


‘불황 때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지친 마음을 풀기 위해 말초적 자극을 선호하고, 그에 기댄 문화 자본은 쉬운 돈벌이를 찾는다. 혁신적 사고는 멈추고, 비슷한 관습이 되풀이되며, 문화적 활력은 질식된다. 이른바 문화의 ‘퇴행’이다. 2009년 한국 문화계에 이 퇴행의 바람이 몰아칠 기세다.

■ “미쳤어, 미쳤어~!”…중독된 사람들

퇴행의 징후는 ‘30초 음악’들이 석권한 대중 음악계에서 분명하게 감지된다. ‘30초 음악’은 ‘싸비’나 ‘훅’이라고 불리는 중독성 짙은 후렴구로 무장한 가벼운 댄스곡이다.

30초 음악은 2007년 ‘원더걸스(사진) 신드롬’을 몰고 온 <텔미>에서 시작됐다. 박진영이 작곡한 이 노래는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기존 노래 형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인상적인 후렴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중독시켰다. 이후 ‘싸비’의 반복으로 곡을 단순화한 작곡가 ‘용감한 형제’가 곡을 쏟아내면서 30초 음악은 보편화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그의 손을 거쳐 손담비의 <미쳤어>, 빅뱅의 <마지막 인사>,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 등이 성공을 거뒀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시장 구조의 변화가 있다. 음반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음악 시장 전체 매출은 4350억원(추정치)을 기록해, ‘황금기’인 1997년의 4104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음반(시디) 매출은 전체의 15%(65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700억원은 벨소리·컬러링·홈페이지 배경음악 다운로드 등 디지털 시장에서 나왔다.


디지털 음악 소비자들은 ‘벅스뮤직’ 등 음악 사이트에서 무료 ‘30초 듣기’를 통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10곡 정도 일관된 흐름을 가진 앨범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3~4분 짜리 싱글, 그 안에서도 30초 정도의 후렴구로 음악의 가치가 판단되는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실력 있는 뮤지션들은 정규 음반을 포기하고, 3~4곡을 묶는 미니 음반이나 싱글 음반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한때 200만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신승훈은 지난 9월 ‘모던 록’을 가미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최악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 ‘조폭에서 막장으로’…파국의 초입?

‘퇴행’의 또 다른 무대는 브라운관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설명하는 열쇳말은 ‘막장’이다. 9일 종영하는 한국방송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사진), 에스비에스 <아내의 유혹>, <유리의성>, 문화방송 <내 인생의 황금기> 등은 극단적 고부관계, 이혼·파혼, 악녀·나쁜 남자 등 80~90년대 한국 드라마의 ‘클리쉐’들을 남발하며 막장으로 치닫는 중이다. 문화방송 <에덴의 동쪽>은 또 다른 막장 드라마 <흔들리지마>의 작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는 영화계의 ‘조폭 코미디’ 제작 붐과 비교된다. 영화계는 <쉬리>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자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조폭마누라>류의 ‘조폭물’을 되풀이해 제작했다. 당장 관객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배’를 든 꼴이었다. 그 결과가 최근 영화 산업의 위기다.

드라마의 ‘막장화’도 산업적 근거는 있다. 드라마 산업은 배우와 제작자 사이에 출연료 분쟁이 시작될 정도로 위축됐다. 막장 드라마는 싼 제작비로 기본적인 시청률이 보장된다. ‘나쁜 남자-가련한 여자’(또는 반대의 설정), ‘출생의 비밀’, ‘복수를 위한 성공’ 등은 80년대 임채무·김희애 주연의 <내일 늦으리>, 90년대 이종원·심은하 주연의 <청춘의 덫> 등 수많은 인기드라마 속에서 되풀이돼 왔다. 이런 점에서 막장화는 복고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2000년대 이후 드라마들이 새로운 시도로 한국 드라마의 부흥을 몰고 왔지만, 최근은 80~90년대로 돌아가는 복고의 흐름”이라며 “이는 분명한 퇴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산업 전반의 장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2001년 이후 해마다 40~70%씩 고성장을 한 드라마 등 방송물의 수출 증가세가 2008년에는 5% 안팎으로 꺾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 ‘판화처럼 찍어내는 그림’…새로운 시도는 없다 미술과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계에서는 최근 ‘지클리’라고 불리는 새로운 작품 제작·판매 방식이 등장했다. 지클리는 원작을 슬라이드로 찍어 특수 캔버스에 인쇄한 뒤 작가가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한 그림이다. 지클리를 두고 그림을 싼 값에 사고 팔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 욕구를 가로막는 독약이라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계의 흥행 화두는 ‘뮤비컬’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검증된 각본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이다. 그 흐름은 2006년 <싱글즈>에서 <안녕 프란체스카>, <파이란>, <내 마음의 풍금>, <대장금>을 거쳐 최근 흥행작인 <미녀는 괴로워>까지 이어진다. 대작이 사라지고 2~3명의 스타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로 뮤지컬이 소품화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