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ㆍSKT ‘아름다운 동행’? | |||
소속사 JYP엔터의 2대 주주 음원 확보위해 제작ㆍ유통까지
CJㆍKTF등 대기업들 잇단 진출
일부선 “투자보다 회수목적” 우려
국내 음악시장이 대기업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얘기다. 이제는 대기업의 수직통합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는 게 정설이다.
그 구조는 어떤 것일까.
▶원더걸스와 SKT=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둘 사이엔 복잡한 상관관계가 있다. 원더걸스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이 키워낸 국내 대표적 인기 아이돌그룹이다. 2007년 전국에 ‘텔미’ 열풍이 몰아쳤고, 지난해에는 ‘소 핫’과 ‘노바디’를 연속 히트시키며 원더걸스는 명실공히 ‘국민 여동생 그룹’이 됐다.
지난해에만 CF, 각종 행사와 음원ㆍ음반 판매로 적어도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원더걸스의 성공엔 거대 기업 SKT의 역할이 중요했다.
둘은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일까.
먼저 JYP엔터테인먼트와 SKT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는 물론 박진영(32.18%ㆍ2008년 기준)이지만 SK-PVC가 29.02%로 2대 주주다. SK-PVC는 SKT의 100억원대 음악 펀드다. JYP 외에도 가수 김현철이 소속된 로지트엔터테인먼트에도 투자해 3대 주주이기도 하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SKT와 JYP의 음반 유통을 독점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구 서울음반)와 삼각관계다.
2005년 SKT에 인수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T가 71.5% 지분을 보유한 국내 거대 음반 투자ㆍ제작ㆍ유통사다. 또한 얼마 전 로엔은 SKT로부터 최대 유료 관객 수를 자랑하는 유무선 연동 음악서비스인 멜론의 운영권을 양도받고 SKT와 모바일 음악서비스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대기업의 대중음악시장 진출=통신사를 포함한 대기업이 대중음악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이미 영화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구축한 CJ와 KT를 비롯해 SKT와 KTF 등 거대 이통사들이 대중음악시장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 위주로 가요계가 재편됐다.
이들 기업은 각각 기존의 음반 제작ㆍ유통사들을 인수 및 지분 투자 명분으로 자회사 및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음원 확보를 위해서다. 앞서 언급한 SKT의 SK-PVC펀드가 대표적인 예. 이 외에도 SKT는 수백억원 규모의 또 다른 ‘음악전문투자조합’을 통해 워너뮤직과 합작으로 백지영 등이 소속된 WS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다.
CJ도 GM기획과 맥스MP3를 기반으로 한 엠넷미디어를 설립하고, 국내 굴지의 음반 기획사에 지분 투자 및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음악 사업을 펼치고 있다. KTF는 블루코드를 인수해 KTF뮤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각종 음악사업을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KTF뮤직이 음악 포털 ‘도시락’ 사업을 인수했다. 블루코드는 거대 음반제작ㆍ유통사였던 도레미레코드를 인수했던 회사다.
한 가요제작자는 “JYP가 SKT란 거대 기업의 안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원더걸스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원더걸스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여성 아이돌그룹의 경우 개인 회사에서 제작해 지속적 투자가 어려워 데뷔 음반을 낸 후 사라져야 했다”고 말했다.
▶대자본의 수직ㆍ통합 계열화는 선일까, 악일까=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이 같은 대기업, 대자본의 수직ㆍ통합 계열화를 두고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좋게 보면 2000억원 규모의 작은 대중음악시장이 체계적 시스템으로 ‘산업화’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신원수 대표는 “디지털시장의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미디어 사업자나 대기업이 음악시장에 진입한 것에 대해 현재 옳다 그르다를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예를 들어 SKT가 서울음반을 인수해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고 직접 제작한다면 바람직한 모델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의 역할은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협력해 음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영화계에 미친 긍정적인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영화계의 산업화에 대기업이 일조한 것처럼 가요계 역시 대기업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그러나 일부 가요 제작자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제작자는 “아직도 투자 개념이 아닌 회수가 목적인 일명 ‘마이킹(선급금)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제작사와 유통사, 이통사 간 수익률 배분조차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영세한 음반기획사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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