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예인

“빅뱅은 2위인데 동방신기가 11위?”…파워 셀리브리티의 모순

윤탱여팬 2009. 3. 7. 21:50
“빅뱅은 2위인데 동방신기가 11위?”…파워 셀리브리티의 모순


 포브스코리아의 ‘파워 셀리브리티’ 순위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3월호 커버스토리로 배우, 가수, CF 모델, 스포츠 선수 등을 대상으로 전문성과 유명세, 소득,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Korea Power Celebrity 40’을 선정, 발표했다. 1위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차지했다. 김연아는 영향력 2위, 전문성 1위, 유명세 3위, 소득 12위로 파워 셀리브리티 정상에 올랐다.

파워 셀리브리티 상위 10위권은 김연아에 이어 빅뱅, 원더걸스, 이효리, 소녀시대, 박지성, 이승엽, 비, 유재석, 김태희가 차지했다. 연예인이 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파워셀리브리티 순위에서도 전체 40명 중 30명이 연예인이었다.

△빅뱅이 2위인데 동방신기가 11위?=파워 셀리브리티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돌 그룹 간의 순위 차이다. 빅뱅이 영향력 5위, 전문성 5위, 유명세 7위, 소득 2위로 전체 2위에 오른 반면, 동방신기는 영향력 14위, 전문성 6위, 유명세 32위, 소득 3위로 전체 11위에 그쳤다.

포브스코리아의 조사 항목에서 영향력은 국내 주요 언론사닷컴에 올라온 기사 수와 스포츠 신문과 잡지의 1면 등장 횟수로 결정된다. 국내 음반 판매량은 전문성 항목과 연관이 깊고, 네이버 인물 검색 순위는 유명세에 영향을 미친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횟수도 유명세로 잡힌다.

빅뱅과 동방신기의 순위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는 항목은 영향력과 유명세다. 빅뱅은 지난해 가요계와 방송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반면, 동방신기는 2년 만에 4집 앨범을 발표했다. 동방신기가 일본 공략에 집중, 11월에 등장한 것이 고스란히 순위로 연결된 셈이다.

포브스코리아는 빅뱅이 2위를 차지한 이유로 국내 음반 판매와 네이버 인물 검색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3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방신기는 지난해 일본에서 발표한 싱글 4장이 모두 오리콘 위클리 싱글 차트 1위에 등극했지만, 국내 방송 출연을 통한 노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만약 동방신기가 지난해 초부터 국내 활동을 시작했고,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누볐다면 순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더구나 이번 포브스코리아 조사에선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올린 소득은 공개된 것 외엔 제외됐다.

이처럼 빅뱅과 동방신기의 순위 차이는 ‘내수’와 ‘수출’로 귀결된다. 빅뱅은 내수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동방신기는 보다 큰 물에 나가 논 셈이다.

△돈 버는 법을 아는 서태지, 종합선물세트로 공략한 비=이번 포브스코리아 조사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인물은 서태지와 비다. 전체 21위에 오른 서태지는 영향력 35위, 전문성 22위, 유명세 30위를 기록했지만 소득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소위 돈 버는 법을 아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코리아는 “올해 한국 가요계에 복귀한 문화 대통령”이라며 “4년 만에 8집 싱글 앨범으로 돌아와 음반 판매, 음원 매출, 각종 콘텐트 및 공연, CF 수입으로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8위에 오른 비는 내수와 수출을 적절히 버무렸다. 정규 앨범 5집으로 하반기에 복귀한 비는 앨범 판매에 호조를 보였고, ‘월드 스타’ 이미지로 국내 CF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화제를 모은 것도 순위에 영향을 줬다.

여성 아이돌 양대산맥인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국내 음반 판매량 부진으로 인해 전문성에선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에선 고른 평가를 받아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 소녀시대의 ‘Gee’가 폭발적인 인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면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여자 솔로 가수 중엔 이효리의 약진이 돋보인다. 이효리는 3집 ‘U-Go-Girl’로 가수로 완벽하게 재기했고, 여전히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CF 블루칩이다.

△조사 신뢰성은 의문=그렇다면 포브스코리아의 파워 셀리브리티 조사는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까.

유명 여론조사 기관 한 관계자는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신뢰성은 의문”이라며 “개별 항목의 결과 차이가 아무리 커도 정작 순위 격차는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수 A가 일본에서 100억을 벌어 1위를 차지하고 B가 10억을 벌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두 가수 간의 순위 격차는 불과 1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향력과 전문성, 유명세란 항목은 너무 지극히 주관적이라 비교 자체가 힘들다. 김연아의 영향력과 소녀시대의 영향력을 어떻게 비교,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사 순위와 인물 검색 순위도 마찬가지다. 구설수에 올라 기사가 많이 나면 영향력이 올라가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이번 포브스코리아의 조사 외에도 해외 유명 잡지의 순위 조사는 신뢰하기 힘든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유명인들을 순위로 매겨 독자의 구미를 당길 순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 대신 주관적인 평가 항목이 빈번하게 삽입되기 때문이다.

파워 셀리브리티 1위에 오른 김연아도, 동방신기를 압도적으로 제친 빅뱅도 신뢰하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