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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외국인 멤버들 "기회 준 韓에 감사"

윤탱여팬 2009. 6. 19. 16:58

가요계 외국인 멤버들 "기회 준 韓에 감사"



닉쿤ㆍ토모ㆍ하이밍ㆍ알렉산더 "한국말 어려워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식사 도중 밥에 젓가락을 꽂았다가 혼났어요. 한국에서는 제삿밥에만 그렇게 꽂는다더군요. 지금은 삼겹살, 된장찌개를 좋아해 한국 사람 다 됐죠."(2PM 닉쿤)

"한국은 예의를 지키는 나라여서 한국에 오기 전 무서웠어요. 중국에는 존대말이 없거든요. 존대말 정말 어려워요."(에이스타일 하이밍)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들이 연합뉴스를 방문해 한 자리에 모였다. 미국과 태국 등 이중국적자인 닉쿤(21), 에이스타일의 일본인 토모(22)와 중국인 하이밍(22), 유키스의 홍콩인 알렉산더(21)가 그들.

2005~2007년 각각 입국해 2~4년간 한국에 체류한 이들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꼬셨다", "군대식", "잡종", "짱깨", "왕따" 등 한국인의 입에 밴 속어까지 불쑥불쑥 튀어나와 감탄할 정도. 이들은 자신의 이름도 한국어로 쓸 줄 알며, 이명박 대통령,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까지 질문에 척척 답했다. 어떤 욕을 배웠느냐고 묻자 '이놈의 XX'라고 해보인다.

200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류 축제를 보던 중 JYP엔터테인먼트 캐스팅 팀에 뽑힌 닉쿤은 "커피숍 앞에서 노래와 춤으로 오디션을 봤다"며 "그때는 박진영 형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2005년 한국에 여행온 토모는 이효리 스타일리스트의 눈에 띄어 뽑힌 경우. 일본 격투기 챔피언 출신 아버지의 반대도 있었지만 다니던 일본 대학을 정리하고 그해 DSPent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하얼빈에서 태어난 하이밍은 KBS 2TV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고 비가 멋있다는 생각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6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비처럼 되고 싶어 서울의 댄스 학원에 다녔는데 이때 이효리 매니저에게 캐스팅 됐다. 그는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지후 선배(김현중)를 좋아하는 후배로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다.


아버지는 홍콩인, 어머니는 한국인인 알렉산더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2007년 친척을 만나러 한국에 왔다가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지금의 소속사 사장님 눈에 들었다.

이들은 국내 가요계에서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데 대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하는데 필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의 꿈을 이국땅에서 펼치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국어 배우기. 'ㅆ', 'ㅃ' 등을 어려운 발음으로 꼽았다.

"처음에는 존대말을 배우려고 어학당에 다녔는데 도움이 안 됐어요. 드라마 '신입사원'을 보고 한가인 씨에게 반하자 학습 효과가 좋았죠. 또 멤버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더 많았고요."(토모)

이 말에 닉쿤은 "한국말이 서툴 때 SBS TV '야심만만'에 출연했는데 입담 좋은 선배님들 대화에 끼기 어려워 입 다물고 있었다"며 "박진영 형에게 반말로 '밥 먹었냐', '응'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웃었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존대말에 대한 주의를 많이 들어 어린 사람에게도 존대말을 쓰게 되더라"고 거들었다.

상상만 하던 한국을 직접 경험한 느낌은 어떨까.

하이밍은 "'풀하우스'를 본 후 서울은 부자만 사는 도시인 줄 알았는데 와보니 어렵게 사는 집도 있더라"며 "중국 사람을 '짱깨', '짱꼴라'라고 부르던데, 나도 어제 밤 '짱깨'를 시켜먹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토모는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지 않아 오히려 '한국은 이런 곳이구나' 받아들이기 쉬웠다"며 "한국에 와보니 양국 관계에 문제가 있더라. 축구, 야구 한일전 때면 혼자 찜질방에 가서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모두 남자 멤버들인 만큼 한국의 군입대 제도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놓았다.


"중국은 군에 갈 경우 혜택이 많은데, 인구가 많으니 지원자도 많죠. 가고 싶은데 못 가기도 해요. 한국에서 친한 대학 친구들이 모두 입대해 제가 '왕따'가 됐어요. 처음에는 한국의 입대 제도가 이해되지 않았어요."(하이밍)

그러자 추첨 방식이지만 병역 의무제인 태국의 닉쿤은 "태국과 비슷해 한국의 입대 제도가 이해된다"고 나라별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군대 얘기에 이어 악화일로의 남북 관계로 화제가 전환됐다.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한국 뉴스를 본 어머니가 전화로 걱정하신 적이 있어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대사관에 가라고요. 바깥에서 보면 한국에 사는 사람보다 더 불안감을 느끼나봐요."(하이밍)

"태국도 거리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실제 태국인들은 그리 불안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외국인들은 위험한 지역으로 생각했죠. 비슷한 심리 아닐까요."(닉쿤)

한국에서 '이해되지 않는 점', '부러운 점'을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닉쿤의 재미있는 발견.

"한국은 왜 얼굴이 작은 게 미의 기준인지 모르겠어요. 얼굴이 작다는 말을 한국에 와 처음 들었어요." 그러자 하이밍이 "한국에 오니 '너 왜 이렇게 얼굴이 크냐'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한국이 부러운 점으로 애국심을 꼽았다. 월드컵 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시청앞 광장을 까맣게 채운 시민들을 보고 '한국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회를 준 한국에 감사하고 한국에 온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들은 각자의 포부가 있다.


닉쿤은 "연기에 관심이 많은데, 언젠가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고, 하이밍은 "중국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알렉산더는 "홍콩으로 금의환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들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언제 모여서 차 한잔 마시자. 우리끼리 프로그램 만들어도 재미있겠다"고 한국말로 '깔깔'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