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고현정(왼쪽)과 '아이리스'의 김태희 <사진=MBC, KBS> |
'지지지지~지지지~' 오늘도 소녀시대의 '지'를 들으며 눈을 떠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모닝콜이에요. 눈을 부비며 간밤에 방송된 '선덕여왕' 다시 보기를 해요. 이런, 미실이 죽었어요. 다음부터는 뭘 볼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수목에는 '아이리스'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선화(김소연)가 안 죽기를 바라요. 뉴스를 보니 김혜자 아줌마가 또 상을 탔대요. 올해 몇 개나 받는지 상복도 많아요. 오늘 밤에는 '청춘불패'를 보면서 내일 모레면 서른인 나르샤의 재롱을 보며 잠들어야겠어요.
2009년은 방송·가요·영화를 막론하고 '여풍'(女風)이 거센 한 해였다. 2009년을 휘어잡은 여성들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TV, 남자들은 어디 갔나요?..'여인천하'
2009년 안방극장은 '여인천하'였다.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를 비롯해,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김서형,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 '선덕여왕'의 고현정 그리고 '아이리스'의 김태희·김소연까지. 시청률 40%를 훌쩍 넘긴 드라마 속에는 언제나 '그녀'들이 있었다.
이들은 과거 남자주인공의 성공의 들러리나, 사랑에 아파하고 눈물만 흘리는 수동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남편의 성공을 만들어 내고('내조의 여왕'), 남편에게 복수하고('아내의 유혹'), 남자를 개과천선시켰다('찬란한 유산').
박미선(왼쪽)과 이경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예능프로그램은 '아줌마 파워'가 거셌던 분야. 이경실 박미선 등 '개그계 대모'들이 강호동 유재석 등 '국민MC'들 못지않은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박미선의 경우 MBC '세바퀴', KBS 2TV '개그스타', 스토리온 '친절한 미선씨' 등 지상파, 케이블의 각종 토크프로그램과 개그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강호동 유재석 등 남자MC들에 맞서는 여자MC로서 각광 받고 있다.
소녀시대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티아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가요계, 소녀들이여 오라..'걸그룹 열풍'
올 한 해 가요계는 실로 '소녀'들의 무대였다. 소녀시대,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씨야, 레인보우, 에프엑스 그리고 티아라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걸그룹들이 나서 가요계를 이끌었다.
이들 걸그룹들은 단순히 물량 공세에 그친 것만이 아니라 '지열풍'(소녀시대), '엉덩이춤'(카라), '시건방춤'(브라운아이드걸스) 등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며 걸그룹 열풍을 만들어 냈다.
걸그룹들은 특히 단순히 인기를 끄는 데만 그친 게 아니라 이러한 열풍을 음원시장까지 끌어내 소녀시대의 '지'의 경우 올 한해 음원시장 판매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걸그룹들은 무대를 가요계에 한정하지 않고 예능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진출, 또 하나의 활동 무대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혜자 하지원 박보영 김옥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여우(女優)들, 스크린을 공략하다
스크린도 여풍에 살랑였다. 김혜자 하지원 전지현 김옥빈 박보영 등 신구(新舊)를 막론한 여우(女優)들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김혜자는 '모성'을 통해 재발견됐다. 10년 만에 영화 '마더'로 복귀, 아들(원빈 분)에 대한 지극한 모성애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김혜자는 연말까지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3년 만에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해운대'의 하지원이나 검을 휘두르며 할리우드 공세에 나선 전지현('블러드'),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박쥐'의 김옥빈도 스크린 여풍에 한몫했다.
한편 '과속스캔들'에서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이면 떠오른 신예 박보영은 한국 영화 새로운 기대주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옥빈 김민희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여배우들'이 올 한해 스크린을 마감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