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소녀'들이 날아오를 때 '소년'들은 좌충우돌했다

윤탱여팬 2009. 12. 28. 15:15

'소녀'들이 날아오를 때 '소년'들은 좌충우돌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2009년 가요계 UP & DOWN

소녀시대·카라·브아걸… 짧은 치마 소녀들 가요계 강타

동방신기 소속사와 소송 빅뱅 지드래곤은 표절 시비

2NE1

힙합 열풍… 음원차트 장악 장기하 등 인디밴드도 약진


걸 그룹이 날아오를 때 소년들은 휘청댔다. 힙합은 떠오르는 태양이었지만 표절 논란은 그늘 속에서 계속됐다. 인디밴드는 그래도 기타를 튕겼고 불혹을 넘긴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때론 조롱당할지언정 꿋꿋이 노래했다. 롤러코스터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2009년 가요계 인물들을 돌아봤다.

그래도 우리는 노래한다… 인디밴드의 약진

지난 7월 열렸던 록 페스티벌은 음악축제를 향한 대중의 열망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공연기획사들의 이해(利害) 다툼에도 관중은 예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바뀐 것.

소녀시대, 카라.

인디밴드의 약진에서도 천편일률적인 댄스음악에 지친 대중의 갈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내놓은 첫 정규앨범 '별일 없이 산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 등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3만장이나 팔렸다. 한희정, 요조 등 여성 솔로가수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더는 '인디'가 아닌 이들은 그렇게 철저히 대중적이거나 아예 낯설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2009년 가요계 속에서도 꿋꿋이 작은 희망을 길었다.

힙합, 음원차트를 장악하다

힙합 열풍은 2009년 가요계가 얻은 뜻밖의 수확이다. 고작 2~3곡이 들어 있는 미니앨범만 내놓고 활동하는 시대. 타이거 JK가 내놓은 2CD 앨범은 수록된 27곡이 모두 음원차트에 올라 화제를 낳았고, 리쌍 6집 '헥사고날' 역시 전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 등도 힙합 열풍의 주역. 빅뱅 역시 힙합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경우. 2NE1은 기존 소녀그룹과 달리 힙합 음악과 패션의 거친 매력을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소녀들이여, 야심을 펼쳐라

(사진 왼쪽부터)빅뱅의 지드래곤, 2PM 재범.

2009년은 소녀들의 해였다. 열풍의 시작은 지난 2월 '소녀시대'의 새 앨범 '지(Gee)'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독주로만 끝날 것 같던 '걸 그룹' 인기는 5인조 그룹 카라가 '프리티 걸(Pretty Girl)'을 들고 나오면서 춘추전국시대로 향했다. 한때 SES와 핑클로 원조 여성 아이돌 그룹을 내놓은 대형기획사가 다시 돌격을 시작한 것. 이후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애프터스쿨'까지 가세하면서 가요계는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들이 세력 다툼을 벌이는 전쟁터로 변했다. 손담비는 '토요일 밤에'로 새로운 댄스가수의 출현을 선언했다.

표절 시비에 얼룩지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권지용)이 8월에 내놓은 솔로앨범 중 노래 '하트브레이커'는 미국 힙합 가수 플로 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 '버터플라이'는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의 '쉬즈 일렉트릭(She's Electric)'과 흡사해 의혹을 샀다. 하지만 지드래곤 본인은 공식석상에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1990년대만 해도 표절 논란은 곧 은퇴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이었지만, 이젠 '모르쇠'로만 일관해도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 일부 기획사는 외국 뮤지션의 곡을 표절하고, 나중에 논란이 일면 원 저작권자의 이름을 뒤늦게 저작권협회에 올리고 수익을 나누는 식의 편법을 쓸 정도다.

방황하는 소년들

동방신기.

소녀들이 영역을 넓혀가는 동안 세력을 뺏긴 소년들은 좌충우돌했다. 7월 '동방신기' 세 멤버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소속사에 '세 멤버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보장하라'고 가처분 판결을 내렸지만 소속사가 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맞대응하면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소속사인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지난 9월 폭행 및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그룹 신화 출신 신혜성은 지난 10월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9월 아이돌 그룹 '2PM' 리더 재범은 연습생 시절 썼던 '한국이 싫다'는 글이 뒤늦게 공개되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미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