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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중독성 강했던 이 목소리들, 기억나시죠?

윤탱여팬 2009. 12. 25. 13:20

2009년 중독성 강했던 이 목소리들, 기억나시죠?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에겐 시각보다 청각이 우선이었다.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라고 알려줬을 때, 저마다의 과거 체험과 맞물려 마구 달려오는 그 엄청난 이미지들. 그래, 맞다. 올해도 우리는 소리의 홍수 속에서 몇몇 목소리에 때로는 울었고, 때로는 배꼽잡고 웃었던 거다.

'그날' 우리는 김제동 덕분에 더 울었다. 5월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추모행사. 방송인 김제동은 고인의 유서를 되새기며 울먹였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는 너무 강하게 우리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그의 말을 글로 옮겨 읽고 또 읽었다.

"운명이라고 하셨는데 이 운명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작은 비석만 남기라고 하셨는데 우리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큰 비석 잊지 않고 세우겠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하셨지만 그 분에게 받은 사랑이 크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하셨지만 우리가 기꺼이 나눠드려야겠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좀 슬퍼해야겠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셨는데 우리 가슴 속에 심장이 뛸 때마다 잊지 않겠다." "미안해하지 말랐는데 좀 미안해하겠다. 지켜드리지 못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랬는데 스스로를 원망하겠다."

그렇다고 올해 내내 안타까운 통곡만 있었던 건 아니다. KBS '개그콘서트'만 봐도 몇 번씩이고 따라했던 중독성 강한 재미있는 목소리들이 여럿 있었다. 이중 '봉숭아학당'의 최효종은 생활에서 살짝 발견되는 보통 사람들의 속내를 그의 독특한 목소리에 담아 소위 대박을 냈다.

"왜들 그러세요, 옷장에 밍크코트 하나 없는 사람들처럼. 밍크코트가 걸려 있지 않으면 옷장이 아니잖아요?" "왜들 그러세요, 쓰레기봉투 아까워서 발로 꾹꾹 눌러 담는 사람들처럼."

'개콘'의 목소리 하면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안영미의 "똑바로 해, 이것들아"와 강유미의 "니들이 고생이 많다". 특히 코너속 최고 권력자 강유미의 입에서 나온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우리 일상에서 "수고했다"는 말을 대체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강유미는 지난 9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도 특유의 어법으로 "나도 드레스를 입고 싶었는데 굳이 이 옷을 주더라"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 800만명이 본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도 잊지못할 목소리를 남겼다. 바로 스키점프 해설위원으로 주인공들의 경기 장면을 중계한 조진웅이다. 심드렁하니 대한민국 대표 스키점프 선수단을 대놓고 조롱하던 조진웅,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라고 내뱉는다. 그러나 선수단이 예상 외로 선전하자 그의 톤은 단박에 바뀐다. 보통 해설자는 사용못할 단어까지 써가며. "아~까불면 안돼요." 그러다 이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끝내자 또 그런다. "이젠 까불어도 돼요." 영화 막판 감동의 8할은 조진웅의 흥분된 목소리 덕이라는 관객,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가장 중독성 강했던 목소리 주인공은 역시 성우 서혜정 아닐까. 케이블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서혜정은 정가은과 정형돈 두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달리, 기계 같은 건조한 목소리로 상황을 적절히 설명해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식이다. "하루일과를 끝내고 싸이월드에 들어갔어요. 앗, 타블로기사가 있어요. 클릭해봐요. 타블로형이에요. 내 스타일 아니에요. 사진만 보고 스크롤을 내려요. 앗 베플이 없어요. 긴장되기 시작해요.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추천을 받을까 고민해요. 머리숱이 별로없는 타블로형이라고 댓글을 달까 고민해요. 그러나 타블로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달지 않기로 해요..이상 남녀탐구생활 댓글편이었어요"(한 네티즌의 뉴스 댓글)

이밖에 의외로 다큐멘터리와 잘 맞아떨어진 내레이터 김C의 차분한 목소리, 피 토하듯 열변을 토한 KBS '천하무적 야구단' 허준 캐스터의 달뜬 목소리, 시도 때도 없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와 "올레"를 외친 CF 목소리, 너무 쇠잔해져서 참을 수 없이 안타까웠던 유진 박의 힘없는 목소리..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는 올해를 이들 다양한 톤과 리듬의 목소리 한 가운데서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