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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의를 말하다-싸인 짜응..ㅋ

윤탱여팬 2011. 2. 21. 19:18

드라마, 정의를 말하다



'싸인' '프레지던트' '짝패'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해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정의였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각종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장식했다.

최근 브라운관에서도 정의를 말하는 드라마가 화제다. 대표적인 작품이 SBS '싸인'과 KBS '프레지던트', MBC '짝패'다.

로맨스와 가족간 갈등이 주를 이루는 방송가에서 이 드라마들은 차별화된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싸인'..불의에 희생된 자들의 이야기 = 한국형 메디컬 수사물을 표방한 '싸인'은 미국 드라마 'CSI'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초반 우려를 불식시키며 국내 수사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항준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싸인'은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와 탐욕을 보여준다.

아이돌 가수의 죽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을 거쳐 미군 총기살인 사건까지 이어졌다. 지난 9~10일 방송에서는 맷값 폭행을 연상케 하는 재벌까지 등장했다.

피해자들은 무고한 여고생과 말단 회사직원 등으로, 안이한 경찰 수사나 거대 권력의 희생자들이다.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과 검사 차우진(엄지원) 등 주인공들은 수사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나 권력의 음모에 끊임없이 직면하지만 진실을 밝힌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가리는 과정인 동시에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21일 "'싸인'은 범죄의 이면에 가려진 권력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이 가진 불의에 대한 반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며 "극중에 나오는 정의에 대한 감정적 과잉 역시 한국인의 정서와 연관된다"고 말했다.

◇'프레지던트'..혼탁한 현실정치로 돌아본 이상 정치 = KBS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는 혼탁한 현실 정치의 모습을 그리면서 진정한 의미의 정치란 무엇인지 묻는다.

'프레지던트'의 정치인들은 정의감에 불타거나 대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인물들이 아니다. 대신 권력을 향해 질주하며 양심과 실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주인공 장일준(최수종)은 예민한 현실 감각과 발빠른 타협 능력을 발판으로 대통령이란 꿈을 향해 달려간다.

그 자신은 원칙이 통하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는 정작 형의 죽음과 양녀의 친모에 얽힌 비밀 등 개인적 아픔까지 정치적 타협의 소재로 이용하고 오랜 지인과의 약속도 저버린다.

그러나 재벌 장인의 정치자금을 단호히 거절하며 "타협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원칙이 드러난다.

이런 장일준의 모습은 사회가 바라는 정의나 깨끗한 정치가 실현되기까지는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신창석 CP는 "우리가 그리는 정치인들은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변칙을 쓰기도 하고 대의를 위해서 타협할 줄도 안다"며 "이 모든 과정이 과연 대의에 합당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치의 정도를 모색한다"고 말했다.

◇'짝패'..밑바닥 인생을 이야기하다 = MBC 월화드라마 '짝패'는 부패한 탐관오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포도부장과 의적의 활약을 그린다.

주인공들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다룬 1~4부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앞으로 사극이라는 장르를 충실히 다루면서 영웅의 성공담보다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겠다는 각오다.

'짝패'의 배경은 부정부패가 성행하고 민초들이 핍박받는 조선 후기 시대다.

드라마는 지저분한 거지패 움막을 통해 출신 성분과 가난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고 비루한 삶을 이어가는 천민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러나 주인공인 거지 천둥은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천둥은 자신의 글솜씨를 알아챈 양반 성초시가 글을 배우는 이유를 묻자 "사람다운 사람이 돼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고 답한다. 천둥이 하는 말에는 '짝패'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관이 담겨 있다.

어릴 때 바꿔치기를 당해 부잣집 장손으로 태어난 천둥이 천민으로 살다 의적이 되고 천민의 아들로 태어난 귀둥이 포도대장으로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이들의 뒤바뀐 운명은 출신 성분이나 신분에 의해 귀천이 결정되는 세계가 불합리함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