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향수-정지용

윤탱여팬 2011. 3. 27. 19:12

향 수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둘러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시구풀이

옛 이야기 ~ 휘돌아 나가고 : 고향의 경치에 대해 가지는 시적 화자의 정다움(의인법)

지줄대는 : '지절대는'의 사투리. 거침없으면서도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소리를 내는

해설피 금빛 ~ 우는 곳 : 공감각적 심상. 봄의 정경을 감각적으로 묘사

해설피 : 느릿느릿하고 길고 슬픈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이름.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설의법.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강조. 주기적 반복을 통한 그리움의 강조. 각 연의 시상을 정돈해주고 반복을 통해 형태적 안정감에 기여하고 있다.

질화로 : 진흙으로 구워서 만든 화로.

비인 밭에 ~ 달리고 : 한밤중에 황량한 밭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의 공감각적 심상, 활유법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미래에 대한 순박한 소망을 나타낸 구절

풀섶 : 풀이 많이 난 곳, '길섶'은 길 가장자리, 길가.

함초롬 : 가지런하고 고운 모양. 모자람 없이 알맞게 담뿍.

휘적시던 : 마구 적시던

전설 바다에 ~ 어린 누이와 : 전설이 깃든 바다에 춤추는 듯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을 통해 검은 머릿결을 가진 어린 누이의 사랑스럽고 신비한 이미지 표현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 ‘아내’의 평범함을 암시. 가족 공동체에 대한 향수

사철 발 벗은 아내 : 소박하고 가난한 아내와 가족의 표현

따가운 햇살을 ~ 줍던 곳 : 노동하는 공간으로서의 고향

서리 까마귀 : 가을 까마귀. 가을에 서리 내릴 때 모여드는 까마귀.

서리 까마귀 ~ 도란도란거리는 곳 : 가을 밤의 정겨운 풍경

 

   해제

이 시는 농경 시대 한국인의 고향을 노래하고 있다. 홀 수 연은 고향의 잊을 수 없는 심상을 제시하고 있고, 짝수 연은 후렴구로서 동어 반복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감정을 강조하고 있다. 날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옛 고향의 정취에 젖어들도록 하는 시이다.

 

   핵심정리

* 어조; 그리움의 목소리, 애틋한 어조

* 성격; 감각적, 향토적, 회화적, 묘사적

* 표현

   토속적인 시어로 향토적 정감 표현

   후렴구를 통한 그리움의 정조 환기

   선명한 감각적 심상으로 고향의 정경을 형상화함.

   감각적 이미지가 두드러지며 후렴구의 반복으로 이미지의 통일성 확보

* 출전: <조선지광> 65호, 1927. 3

* 주제;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

 

   감상포인트

시상 전개 : 풍경(가을) → 가족(겨울) → 어린 시절(봄) → 가족(여름) → 풍경(가을) (3연의 애틋한 그리움을 중심으로 그리움이 상승과 하강을 하는 구조)

이미지 : 향토적 정서와 서구적 이미지즘의 조화. 일제 치하에서 존재 근거를 상실한 민족의 잃어버린 공간 회복의지를 세련된 감각으로 노래함

정서 : 넓은 벌, 실개천, 얼룩배기 황소 등 전원적이고 향토적인 이미지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매연 마지막 행에서 반복되는 영탄의 목소리

   귀향 의지 표현       

   과거로의 귀환(유년기의 꿈에 대한 강한 애착)

후렴구의 반복의 효과

   선명한 심상의 제시

   단일한 인상 부여

   그리움의 고조

   운율감  

   감정의 반복

동일 시행을 반복 사용함으로써 얻는 효과 : 이미지의 통일성을 가져오고 음악성을 살리며 그리움의 정서 강조

이 시가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 : 고향의 정경을 이미지화하여 '향수'라는 인간의 근원적 정서를 표출함

 

  정지용(鄭芝溶, 1902.5.15 ∼ 1950.9.25)  

1902년 충북 옥천(沃川) 출생.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를 졸업. 귀국 후 모교의 교사, 8·15광복 후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京鄕新聞社) 편집국장을 지냈다. 6·25전쟁 때 북한공산군에 끌려간 후 사망. 이상(李箱)과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 등의 시인을 등단시킨 공로가 있다. 작품으로는 시 《향수(鄕愁)》 《압천(鴨川)》 《이른봄 아침》 《바다》 등이 있고, 시집 에는《정지용 시집》이 있다.

 

출처 http://www.hongkgb.x-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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