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방극장은 지금, 알파걸 전성시대…"잘난 여자, 왜?"

윤탱여팬 2009. 4. 18. 16:21

안방극장은 지금, 알파걸 전성시대…"잘난 여자, 왜?"

안방극장에 알파걸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알파걸은 엘리트집단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다. 한마디로 남성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 여자를 말한다. 21세기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알파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안방극장에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 잘난 남자에 기대 신분상승을 이뤄내던 캔디형 캐릭터는 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능력으로 무장한 잘난 여자들이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는 것.

드라마 속 잘난 알파걸은 무능력한 찌질남과 어울려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잘난 여자가 당당하게 사회적 지위를 성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능력한 남자를 뒷받침해 완벽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는 알파걸의 활약을 살펴봤다.

◆ 천하무적 알파걸…"남성을 능가한다"

드라마 속 알파걸은 두 가지 유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직접 사회에 뛰어들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커리어 우먼형과 남편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내조에 힘을 기울이는 평강 공주형이다. 전자의 경우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형이다.

KBS-2TV '미워도 다시 한번'의 박예진은 완벽한 아나운서로 그려지며 20대 여성 시청자들의 이상적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화려한 배경없이 오로지 본인의 능력만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아나운서 자리에 올랐으며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에도 뛰어난 능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신작 드라마 역시 알파걸 득세다. SBS-TV '시티홀'의 김선아는 시청 말단 공무원에서 민선 시장에 오르는 강한 여성을, MBC-TV '신데렐라 맨'의 윤아는 동대문에서 일하며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꿈많은 여성을 연기한다. 김아중은 KBS '그바보'에서 인기배우로 등장해 화려한 알파걸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 열성파 평강공주…"찌질남, 걱정마"

본인의 직접적인 사회 진출이 아닌 남편을 통해 능력을 과시하는 여성 캐릭터도 두드러진다. 이른바 평강공주형 알파걸이다. 무능력한 남자가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끝없이 자극시키는 역할을 한다.

MBC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는 7년간 백수 생활을 해온 남편 오지호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옛 친구와 연인에게 온갖 아부를 다 떨면서 남편의 일자리를 부탁하고, 또 입사한 남편을 돕기 위해 식당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미다한'의 박예진 역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연인의 뒷바라지도 열심히다. 무능력한 재벌남 정겨운에게 CEO수업을 권하며 예비 부인으로서의 내조를 톡톡이 하고 있다. 또 지적 능력을 고취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며 가치관과 사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잘난 여자, 왜 일까?…"현실 반영의 결과"

드라마 속 알파걸의 득세는 ▲ 현실 반영과 ▲ 타겟 공략의 결과다. 사회 생활에서 여성이 갖는 위치는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여성도 남성 못지 않은 능력을 발휘하며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드라마 캐릭터를 통해 적극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드라마 속 남자들은 지금처럼 나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속 '찌질남'의 증가는 남성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10년 이상 계속된 불황 속에 남성의 능력이 폄하되고 있는 것. 즉 불황이 깊을수록 드라마 속 남성도 무능하게 그려진다는 이야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은 드라마의 소재를 현실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며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무능한 가장이 늘고 있고, 반대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다보니 알파걸이 늘어나고 무능남이 증가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 강한 여자, 왜 일까?…"타겟 공략의 결과"

알파걸의 강세는 현실 반영 이외에 타겟 공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들은 30~50대의 중장년층 주부들이다. 이들이 관심가질 만한 소재, 열광할만한 이야기를 찾다보니 진취적인 성공담을 다룬 드라마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지금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386세대들이다. 이들은 여성의 사회진출, 지위, 성공 등에 큰 관심을 가진 세대"라며 "진취적인 여성의 삶을 그린 드라마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386세대가 리모콘을 장악한 주요 시청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30~50대 주요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알파걸에게서 자아실현과 대리만족이라는 2가지 기쁨을 얻는다. 드라마 속 우월한 여성을 통해 과거 자신의 이상을 돌아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다. 즉 알파걸은 꿈을 이룬, 혹은 꿈을 갖고 있던 여성 시청자들의 페르소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