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욕하며 보는 드라마→막장→다음은?

윤탱여팬 2009. 4. 21. 18:22

욕하며 보는 드라마→막장→다음은?



자극성과 선정성 드라마 확대재생산의 변천과 '아내의 유혹'에 대한 새로운 수식어의 명명은?

요즘 드라마의 자극성과 선정성, 폭력성, 개연성 없는 캐릭터와 황당무계한 사건 전개의 확대재생산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개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네러티브는 없고 일회용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사건과 캐릭터의 파편화된 등장이 적당한 에피소드와 버무려지고 사랑과 화해라는 교조적인 결말 처리방식을 곁들여 드라마로 포장돼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소위 막장 드라마들이 최근 들어 시청률을 볼모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욕하며 보는 드라마’는 2005년 시작된 ‘하늘이시여’에 명명돼 쓰이기 시작했다. 친딸을 며느리로 설정하는 전대미문의 파격적 설정에서부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캐릭터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음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자의 이중성, 즉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관행을 지적하기위해 쓰여진 표현이었다.

이후 ‘소문난 칠공주’‘조강지처클럽’ 역시 ‘하늘이시여’ 못지않은 문제점이 많았지만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욕하며 보는’ 드라마로 꼽혔다.

이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드라마를 지칭하기위해 쓴 표현이 ‘막장’이었다.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는 의미를, 드라마가 막나가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전용해 사용했다. 2008년 시작돼 올 초 끝난 일일 드라마‘너는 내운명’에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이 처음 지칭됐다. 그리고 한 남자를 놓고 두 이복자매가 상상할 수 없는 음모와 사건이 전개된 아침 드라마 ‘흔들리지마’ 역시 막장 드라마의 전형으로 꼽혔다. 이후 ‘꽃보다 남자’등에 막장 드라마라는 지적 등이 잇따랐다.

이러한 막장 드라마의 원인과 진단도 다양하게 제기됐다. 이택광 경희대 영문과 교수는 ‘방송작가’에 4월호에 기고한 ‘막장드라마라는 징후’라는 글을 통해 “대중문화가 막장이라는 것은 대중의 욕망이 막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시청자의 욕망과 막장 드라마의 연계성을 지적한 뒤 “한국의 방송시장 구조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험난한 길에서 고스란히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의 방송은 ‘지방방송’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내수시장이 논에 안주했다. 그 결과가 막장 드라마와 막장 방송이다”며 막장 드라마는 문화산업과 시장의 논리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한국방송계의 현실을 드러내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또한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막장의 스토리를 받아들일 수 이유는 사람들의 정신이 피폐해져서가 아니다. 막장징후는 사회가 막장일 때 설득력을 발휘한다”며 “막장현상이 한국을 지배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한국이 막장이기 때문이다”며 막장사회와 막장드라마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노교수 또한 한국의 문화산업은 과잉으로 공급된 프로그램이 한정된 소비자를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벗어날 수 없는 산업적 구조 역시 막장 드라마 양산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나 시청자들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욕하며 보는 드라마에서 막장 드라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선정성이나 자극성의 강도가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그렇다면 막장 드라마의 다음은 무엇일까.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곳이라는 막장으로도 수식할 수 없는 드라마가 바로 현재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 일일극‘아내의 유혹’이다. 매회 자극적인 사건과 시청자의 상상을 불허하는 전개로 이미 ‘막장 드라마의 본좌’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이 마저도 ‘아내의 유혹’을 수식하기에는 부족하다.

5월 1일 끝나는 ‘아내의 유혹’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일부 연기자 마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전개,사건과 인물로 가득찬 드라마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제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를 지나 막나가는 ‘막가파 드라마’의 원형을 이루며 앞으로 나올 아류들의 전형으로 자리 잡을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