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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섬, 빙하처럼 움직여 국경 넘어

윤탱여팬 2009. 6. 25. 16:41

러시아 섬, 빙하처럼 움직여 국경 넘어

축구장 4개 크기, 에스토니아 영내로

"섬(島)에 발이 달렸나, 지느러미가 붙었나."

지난주 러시아 영내에 있던 작은 섬이 인접국 에스토니아 영내로 흘러들어 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러시아 네티즌들이 얀덱스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 남긴 글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24일 "러시아가 4㏊(4만㎡·축구장 4개 정도 크기)의 영토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에스토니아가 국경을 맞댄 나르바호(湖)의 러시아 섬이 호수 위 국경선을 가로질러 에스토니아로 넘어간 것이 확인된 것은 지난 19일. 원래 이 섬은 40㏊가 넘는 큰 섬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양국 국경수비대원들은 숲이 빽빽이 우거져 있는 이 섬이 움직일 때 마치 빙하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5월 말 러시아 이반고로드 인근 수력 발전소에서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한 것이 섬 이동의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방류가 호수 내 물의 흐름을 바꾸고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이 섬 조각이 약 2주간 에스토니아 쪽으로 이동하다 결국 19일 국경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지각변동으로 융기된 섬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섬의 이동으로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사이에 영유권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빌레그자닌(Vilegzhanin)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국제법 교수는 "섬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면 국제법상 러시아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20일부터는 나르바호에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가 보도했다.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섬이 다시 러시아 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