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열하일기' 필사본 발견
정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중국 여행기인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정본(正本)에 매우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필사본이 발견됐다.
양승민 선문대 연구교수는 최근 경기도 안산 성호기념관 수장고에서 연암의 둘째 아들 박종채(朴宗采.1780-1835)가 '열하일기' 초고본을 수정ㆍ보완하고 편집해 손으로 베껴 쓴 필사본(筆寫本)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필사본은 모두 12책 26권(614장)으로 구성됐다.
양 교수는 "박종채는 연암 사후인 1816-1820년에 새로 목차를 정리하고 아버지의 위신을 떨어뜨릴 만한 내용은 삭제하고 자신이 주석을 다는 등 여러 차례 수정했다"면서 "후대 출간된 필사본들의 원천이 됐으며 '열하일기'의 완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저본(底本)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떤 책을 바탕으로 목차를 새롭게 하거나 내용을 수정ㆍ보완한 책을 펴낼 때 원천이 된 것이 저본이다.
현재 전하는 10여 종의 필사본 가운데 연암 집안에서 필사한 전남대 소장본이 가장 인정받고 있지만 박종채 필사본은 이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연암이 직접 쓴 수택본(手澤本)은 충남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지만 정리가 덜 돼 있으며 1932년 연암의 후손인 박영철이 간행한 책이 정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을 검토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박영철이 간행한 정본의 바탕이 된 가장 결정적인 필사본으로 보여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27일 오후 2시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열리는 한국고전문학회 제250차 학술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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