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 일제 시대 평양.
-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딸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을 통한 인간성 회복.
- 덕구 - 딸 도화만을 위해 사는 인력거꾼.
- 도화 - 덕구의 외동딸.
<실비명>은 195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작가 김이석의 문학적 성격을 결정한 그의 대표작이다.
외동딸을 의사로 만들고자 하지만 딸이 기생이 되자 좌절에 빠지게 되는 가난한 인력거꾼의 소박한 꿈과 인력거를 끌고 가다가 자동차에 치어 역사(轢死)한 아버지 덕구를 생각 때문에 기생이 되고서도 인력거를 타지 않는 도화의 행동 모랄이 서로 상극을 이루면서도 보다 높은 휴머니티로 용해되고 있다.
일제 시대의 어버지들은 자식들의 소망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소망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짙었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에까지 이어져 자기 세대가 못한 일을 다음 세대에 미루는 관습적 심성으로 고질화되어 있다. 작가는 아버지의 꿈과 딸의 소양 사이의 융합될 수 없는 갈등이란 비극적 상황을 설정해 두고서 일제 시대 때 불우했던 민족적 현실을 휴머니티의 힘으로 초극해 보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이석의 작품 세계는 비평가 백철의 논평과 같이 [한국적인 인정의 세계를 그리는 휴머니즘 정신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실비명>의 주인공 덕구는 인력거꾼으로 아내가 죽은 뒤 일곱 살 난 딸 도화에게 모든 정을 붙이고 살아가는 고단한 홀아비다. 날마다 기생 아가씨들을 싣고 대동강 강변길을 달리는 동안에 세월이 흘러 딸 도화도 소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제법 처녀티가 났다. 그가 바라는 것은 외동딸 도화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자기가 인력거를 끄는 것도, 독신으로 지내는 겻도, 그렇게 먹고 싶은 술을 절주하는 것도 모두 다 도화를 의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 딸을 의사로 만들려는 것도 자신이 호강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생의 인력거를 끄는 대신에 의사가 된 딸의 인력거를 끌겠다는 단순한 바람 때문이었다. 아무려나 덕구는 오로지 도화의 앞날에 희망을 걸고서 외로움을 극복하며 살아갔다.
반달같이 훤한 도화는 학예회에서 춘향전을 그럴 듯하게 해서 호평도 받았지만, 학생들 간에 인력거꾼의 딸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로는 별명이 '찌링'이 되어 놀림을 받는다. 그래서 도화는 혼자서 집에서 우는 날이 많아지고 이럴 때면 기생 학교에 다니는 연실이가 와서 위로해 준다. 그러던 중 도화는 반발심에서 '나도 기생 학교나 다닐까 보다'하고 생각해 본다.
이 때, 여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무슨 협회에 찾아가 춤도 배우고, 허신이라는 중학생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긴찌요자'라는 극장 공연에서 도화와 허신은 한데 얼려 춤을 추었는데, 이것이 여학교 선생에게 발각되어 도화는 퇴학 처분을 당한다. 사랑하던 허신도 북국 나라로 떠나 버린 터라 도화는 허전하고 서글퍼진다.
이런 일들을 아버지 덕구는 꿈에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연실에게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어 학교를 찾아가 도화의 복학 운동을 해 보지만 헛된 일이 되어 버린다. 그 후, 덕구는 매일 밤 술을 마셔댔다. 그러다가 어떤 친구에게서 간호부가 되어 2-3년 공부하여 의사 시험을 치르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도화를 병원의 간호부로 취직시켰다. 그러나 간호부 일이 너무 고되어서 도화는 석 달 만에 그만두고 만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그날 밤, 덕구는 인력거를 끌다가 병원에서 퇴직한 도화를 인력거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서문 거리-대동문-신창리 모퉁이를 돌다가 달려드는 자동차에 치여 덕구는 피를 흘리고 쓰러지고 도화는 눈 위에 떨어져 정신을 잃는다. 이튿날 병원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사 딸을 태우고 한 번 끌어 보려던 인력거에 간호부로 퇴직한 딸을 싣고 오다가 그만 한 많은 세상을 하직고 만 것이다.
그 뒤 도화는 기생 학교에 들어가 승무, 검무 등 춤을 잘 추는 기생이 되었다. 그 해 추석날, 도화는 아버지 산소에 성묘하러 갔다. 비석에는 자식의 이름 하나 없이 허전하게 비어 있었다. 그 후 도화는 동료 기생들이 인력거를 타고 다녀도 그녀만은 차마 인력거를 탈 수 없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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