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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산] 한국영화 여름에 강했다…외화 겨울역공 시동

윤탱여팬 2009. 12. 25. 12:45
영화 결산] 한국영화 여름에 강했다…외화 겨울역공 시동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2월에는 2009년 상반기 결산과 함께 하반기를 장식한 드라마, 가요, 방송, 영화, 사건·사고 등 각 분야를 살펴본다. 지난번에는 시청률 재미를 본 지상파3사의 간판 드라마와 가요계를 장악한 아이돌, 집단 토크쇼에 빠진 예능 경향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해외 블록버스터의 포화 속에서 흥행 파워를 과시했던 한국영화 시장을 되돌아본다.

올해는 토속적 풍미가 관객의 입맛을 자극했다. <해운대> <국가대표> <과속스캔들> <7급 공무원> <쌍화점>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사랑받았다. 특히 <해운대>는 1130만 관객의 지지 속에 1300만 <괴물> 이후 3년 만에 ‘1000만’ 대열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화려한 볼거리와 물량공세로 한국 영화시장을 위협했던 외화들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부진했다. 지난 1월1일부터 12월24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 따라 한국영화 시장의 ‘2009년 성적표’를 공개한다.

재난·스포츠·코믹·첩보액션·다큐…형형색색 메뉴들

2009년 한국영화계는 장르별로 고른 사랑을 받았다. 박스오피스 상위 10위를 살펴보면 블록버스터, 스포츠, 코믹, 치정 멜로, 첩보 액션물 등 각양각색의 ‘산해진미’가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선 지난해 12월 개봉한 코믹물 <과속스캔들>(828만)의 선전이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영화의 강세가 시작됐다. 매출 성적도 탁월했다. 25억 원의 저예산을 투자해 10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 <과속스캔들>과 같은 시기에 개봉한 유하 감독의 <쌍화점>(377만)은 성별을 넘어선 왕과 호위무사의 애절한 사랑으로 관객의 심금을 연주했다.

한국영화를 향한 관객의 사랑은 <과속스캔들> <쌍화점>에 이어 국가정보원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첩보액션물 <7급 공무원>(407만)과 아들의 살인혐의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성애를 그려낸 스릴러물 <마더>(300만), 시골형사의 추격전을 다룬 <거북이 달린다>(305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여름 시즌에 이르러 ‘폭발’했다. <해운대>는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에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친다’는 신선한 양념을 가미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새 장을 열었다. 감동 낚기에 성공한 ‘해운대’는 기록도 남달랐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꼴로 <해운대>의 시원한 바다를 보며 여름을 이겨냈다.

<해운대>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국가대표>도 ‘극장 피서’를 유행시키는데 한 몫 했다.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다룬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는 808만 명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수들이 어려움을 딛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물했다. 감동을 얻어간 건 관객만이 아니었다. 주연배우 하정우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된 훈련과 강도 높은 촬영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선물로 받았다”며 “연기인생 1장이 정리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한국 독립영화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에 노인과 소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워낭소리>는 295만 명의 마음에 애틋함을 안겨줬다. 1만 명이면 ‘대박’이라는 독립영화계에서 300만 명 가까이 사랑을 받았다는 건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여기에 해외 영화제에서만 21개의 상을 휩쓴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1천만 원의 제작비로 작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 <낮술>까지 그야말로 독립영화의 풍년이었다. 하지만 <워낭소리> ‘쏠림 흥행’에 독립영화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작품에 300만 명이 몰리는 것보다 관객의 사랑이 골고루 분산되는 게 미래를 위해 발전적이라는 지적이다. 기대 이상의 흥행이 지원금 단절을 초래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그러나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독립영화의 ‘존재감’을 보여준 것은 틀림없는 2009년이었다.

‘쓴맛’ ‘짠맛’ 본 해외영화

올해 한국 영화시장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외화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743만, 이하 트랜스포머), <2012>(534만),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452만, 이하 터미네이터) 3개뿐이다. 다양한 장르가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와 달리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을 무기로 대규모 물량공세를 앞세운 액션 일색인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맘마미아> <아이언맨> <인디나아 존스4: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등 7개 영화가 10위권에 들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톱스타 카드도 유명무실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의 <작전명 발키리>는 179만 명으로 24위에 머물렀으며, 브래드 피트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175만 명으로 26위에 그쳤다. 코믹 연기의 대가 짐 캐리 <크리스마스 캐롤>은 33만 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해운대> <국가대표>에 이어 흥행 3위를 기록한 <트랜스포머>는 국내 영화 배급사에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 7월 <트랜스포머>의 수입·배급사인 CJ CGV를 비롯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거부하기 힘든’ 흥행대작을 앞세워 관람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해 매출 재미를 봤다. 실제로 관람료 인상 전 개봉한 <터미네이터>(452만, 매출 296억)와 비교해 보면, <트랜스포머>(743만, 매출 506억)는 관객 수에서 64%의 증가를 보였으나 수익은 71% 더 올렸다. 개봉과 함께 3D상영관 관람료를 1000원 인상시켜 최고 16000원의 금액을 가능케 한 <아바타>도 ‘제2의 효자’이다.


한편 세계 시장에 진출한 한국배우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지현은 일본·홍콩·프랑스 등이 합작한 <블러드>에 여전사 사야로 열연했으나, 10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병헌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 미국의 조쉬 하트넷, 일본의 기무라타쿠야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21만 명의 선택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비의 <닌자어쌔신>이 131만 명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밋밋했나?’ 흥행몰이에 주춤한 수작들

배우들의 호연, 탄탄한 구성, 흥행 코드까지 가미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운’에서 멀어진 수작들도 많았다.

시골 여중학생들의 역도선수 성장기를 다룬 <킹콩을 들다>는 <트랜스포머>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등 할리우드 대작 그늘에 가려 127만 명의 지지를 받는데 만족했다.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한 신용불량자가 밤섬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김씨표류기>는 정재영의 열연으로 ‘한국판 로빈슨 크루소’라는 극찬을 받았다. 사실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기발했으며,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보다 정재영의 연기도 한 수 위였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7급 공무원> <마더> 등 대작들과 경쟁하면서 100만 고지를 돌파하는데 실패했다.


<시크릿>(103만)과 <백야행>(94만)도 한국형 정통스릴러 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100만 안팎에 머물렀다. <차우>는 식인 멧돼지와의 혈투를 코믹하게 그려내 ‘한국형 괴수 영화’라는 호평을 이끌어냈으나 179만 명에서 흥행 행진을 멈췄다.

해외영화의 ‘매서운 맛’ 아직 남았다

현재까지의 2009년 박스오피스 성적표는 한국영화의 선전을 말해준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연말에 줄줄이 개봉한 해외 대작의 포화가 이제 막 시작된 시기인데다 앞으로도 몇 작품 더 한국시장을 공략할 터라 연초까지 이어질 흥행 성적을 합산하면, 2009 개봉작 흥행 성적표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지난 17일 개봉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는 매서운 속도로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239만 명(16위)의 성원을 받고 있어 이 정도 상승세라면 2009년 흥행성적 상위 5위 안에 드는 건 시간문제다.

10일 관객을 찾은 <뉴문>도 200만 고지를 향해 질주 중이다. 조니 뎁과 故 히스 레저의 주연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가 콤비를 이룬 <셜록 홈즈>가 23일 개봉해 외화의 거센 역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옹 코티야르, 케이트 허드슨, 주디 덴치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뮤지컬 영화 ‘나인’(12월31일 개봉)도 기대감을 높인다. 꽃미남 배우 사정봉, 톱스타 양가휘·여명, 신예 판빙빙의 출연으로 ‘중국의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리는 <8인:최후의 결사단>(1월21일 개봉)도 국내 관객을 찾는다.

<해운대>를 비롯해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을 홍보한 ‘영화인’ 신유경 대표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운대> <국가대표>의 흥행으로 한국영화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극장가를 점령했지만 12월에는 이렇다할 대작이 없다. 그러던 중 <아바타>라는 독보적 작품이 등장해 한국영화가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다”고 연말 외화 강세 요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 영화계에 대해서는 긍정했다. “내년 초 송강호·강동원의 <의형제>, 지진희 주연의 스릴러물 <평행이론>,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설경구 류승범 주연의 <용서는 없다> 등 만만치 않은 한국영화들이 포진되어 있어 외화에게 주도권을 순순히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