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의 아역은 스타의 지름길?
옛말에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다. 인재의 범상치 않은 유년기를 설명하는 속담이다. 요즘 갓 입문한 새내기 연예인들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낯익을 때가 많다. 바로 이들 대부분이 아역 연기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몇몇 톱스타는 햇병아리 시절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이 차가 그리 많지 않는 선배들의 청소년기를 연기해 처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른바 ‘연예인 영재 교육’의 시발점인 아역 연기자 출신으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들과 선배들의 어렸을 적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인지도를 높였던 톱스타들이 누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시작은 고수와 함께
오는 18일 개봉되는 영화 ‘여고괴담5 - 동반자살’의 유신애(21)는 여섯 살이던 1994년 MBC 납량특집드라마 ‘M’에서 심은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시작이 말해주듯 심은하를 닮은 단아한 미모가 인상적인데. 흥미롭게도 아역과 성인 연기자로서의 신고식을 모두 공포물로 치른 셈이다.
하희라와 2005년 SBS ‘내 사랑 토람이’에 이어 MBC 일일드라마 ‘밥줘’에서도 모녀지간의 연을 맺어 화제인 하승리(14)는 1999년 SBS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의 딸로 나온 적이 있다. 그는 심은하뿐만 아니라 고(故) 최진실과도 2007년 MBC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서 모녀 사이를 연기했다.
유신애와 하승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실력파 성인 배우들과 출발을 같이 한 아역 연기자들일수록 일찌감치 자신들의 연기 재능을 발견하고 탄탄히 키워나간다. 곁에 있는 고수로부터 특별한 배움없이도 자연스럽게 무공을 전수받는 무림 세계의 사제 관계나 다름없다.
◇알고 보니 청소년 연기자 출신
김래원(28)과 이요원(29)은 1998년 개봉작 ‘남자의 향기’에서 남녀 주연인 김승우(40)와 명세빈(33)의 청소년 시절을 연기했다. 당시 이요원과 명세빈은 불과 네 살 차이였음에도. 청소년과 성인 시절로 각각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한 술 더 떠(?) 송혜교와 한지민은 27세 동갑내기지만 SBS 드라마 ‘올인’에서 성인과 청소년기로 갈렸다. 최근 영화 ‘마더’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진구(29)는 이 드라마에서 이병헌(39)의 청소년기로 나와 한지민과 호흡을 맞췄다. ‘국민 여동생’의 원조인 문근영(22)도 송혜교의 아역 출신이다. KBS2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어린 시절을 열연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송혜교의 아역은 스타의 지름길이란 공식이 나온다.
이밖에 김태희(29는 2001년 개봉작 ‘선물’에서 이영애(38)의 고교생 시절로 잠깐 출연했다. ‘선물’을 보면 이제는 한 작품에서 공연할 일이 매우 드물어진 이영애와 김태희를 함께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영재는 확실히 다르다?
일선 드라마·영화 제작진은 “연기 잘하는 친구들은 어렸을 적부터 뭔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타고난 자질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가 성인 연기자들을 뺨칠 만큼 진지해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과 확실하게 구분된다고 한다. 지난해 KBS 청소년 단막드라마 ‘정글피쉬’에서 영화 ‘과속스캔들’의 박보영(19)을 발탁했던 한 드라마 관계자는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박보영이) 단연 으뜸이었다. 일천한 경력에도 대사 한 마디의 느낌이 달랐다”며 오디션 당시를 회고했다.
반면. 아역 혹은 청소년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자아가 성립되지 않고 정상적인 인생 경험을 쌓지 않은 시기에 배운 연기는 어디인지 모르게 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모 드라마 PD는 “유승호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아역 출신들은 연기 기교는 뛰어날 지 모르지만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며 “독서 등 간접 경험을 통해 연기의 깊이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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