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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극 틀면 아이돌 보인다"…일일 드라마, 연기 등용문 된 까닭?

윤탱여팬 2009. 6. 19. 16:49

"일일극 틀면 아이돌 보인다"…일일 드라마, 연기 등용문 된 까닭?

▶ 아이돌, 일일극 통해 연기자 변신 "왜?"
▶ 가수와 일일극의 만남…효과와 과제는?
"일일극을 틀면 아이돌이 보인다"

최근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안방극장 러쉬가 눈에 띈다. 이들의 연기 도전기를 살펴보면 공통된 하나가 있다. 배역의 비중은 달라도 출발점은 똑같다는 것. 대부분의 가수가 일일극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고, 배우로 데뷔했다.

신화 출신의 가수 앤디는 최근 SBS-TV 일일극 '두 아내'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도전에 나섰다. 'FT아일랜드' 출신의 최민환은 KBS-TV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며 연기자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god출신의 가수 데니안은 지난 5월 SBS-TV 아침드라마 '순결한 당신'을 통해 안방극장 신고식을 마쳤다.

일일극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의 긴 호흡을 유지한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가수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가수 출신의 배우의 일일극 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일 드라마가 아이돌 출신의 안방극장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까닭을 분석했다.

◆ 아이돌, 안방극장 신고식은 일일극

사실 가수로 활동할 때 아이돌은 신비주의에 가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기간은 평균 3개월 남짓. 얼굴을 보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하지만 안방극장에서는 달라졌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이돌 가수가 연기자 변신을 선언하면서 생긴 결과다.

다소 의외인 점은 아이돌 가수들의 안방극장 데뷔가 일일드라마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 대표적인 스타는 앤디, 최민환, 태민이다. 앤디는 SBS 일일극 '두 아내'에서 여주인공(김지영 분)의 철없는 남동생으로, 'FT아일랜드'의 최민환은 KBS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 수인의 막내동생 윤주호로 분했다.

'샤이니'의 멤버 태민은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를 통해 연기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은경의 아들 준수로 나와 공부는 물론 운동, 음악, 미술까지 다재다능한 엄친아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 앞서 god 출신 데니안과 '소녀시대' 윤아 역시 일일극을 통해 신고식을 치루었다. 특히 윤아는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일극은 대부분이 가족 드라마다. 다세대 연기자 출연해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긴 호흡을 갖고 벌이는 장기 레이스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게다가 무대의 주인공에서 벗어나 드라마의 서포터에 머물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일일극을 향한 아이돌의 러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일까.

◆ 일일극, 아이돌 가수 선호하는 이유

연기를 시작하는 가수에게 일일극은 '선생님'이다. 긴 호흡을 자랑하는 극의 특성상 일일극 만큼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은 무대는 없다. 게다가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세대별 베테랑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레 연기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

일일극을 통해 윤아를 배우로 성장시킨 '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홍보팀장은 "일일극은 연기를 시작하는 신인에게는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 가족극의 특성상 대선배들과 함께 출연하다보니 연기의 기본을 배우고 현장 분위기를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일극은 가수에서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1주일에 5일간 최소 70회 이상 방영되다보니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잦다. 이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아이돌의 출연은 '윈윈'이 되는 캐스팅이다. 드라마 특성상 시청자가 중장년층에 국한돼 있어 아이돌의 출연은 시청층 확대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태혜지'의 전진수 PD는 "태혜지가 주부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주부층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태민 같은 젊은 캐릭터는 시청자를 10~20대로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 아직은 부조화, 윈윈 되려면?

아이돌의 연기자 변신은 그 자체로도 관심을 집중시킨다. 때문에 이들의 캐스팅 소식이 구체화되면 해당 드라마의 관심도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충성도가 높은 10대 팬들을 거드린 아이돌 가수의 경우 드라마 시청률을 올리는데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하게 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바로 조화다. 우선 극을 이끌어가는 베테랑 연기자와 그들을 서포터하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극 속 아이돌 가수의 연기는 여전히 튀기 일쑤다. 눈길을 끌지만 그 눈길을 오래 잡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두 아내'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한 앤디는 어색한 연기로 극의 흐름을 헤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최민환과 태민의 경우 비중이 작아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 방송작가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화제성을 맹신하면 곤란하다"며 "그들의 연기력 부족은 일일극의 장기 레이스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기를 꿈꾸는 아이돌 가수와 이슈를 노리는 일일극은 서로에게 필요한 환상의 짝궁이다. 그들의 궁합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선 가수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부단히 예습하고 복습하는 길 밖에 없다. 개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일일극은 최상의 학습과 실전의 장이 되지 않을까. 일일극 속에서라면 아이돌 가수의 변신이 그리 어려운 숙제는 아닐 것이다.

<사진 = MBC, KBS, S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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