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브랜드이자 상징이다. 그 이름에 열광하는 팬들을 상대로 음반과 공연은 물론 그리고 여러 부가가치 사업을 벌여 엄청난 이득을 얻는다. 또한 한류시장이 커지면서 아이돌 그룹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실로 막대해졌다. 이런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해체가 언급됨과 동시에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그룹의 이름 사용권 문제다.
연예사업 및 부가사업의 중심에는 상표권이 있다. 상표권이란 그룹명이나 앨범 또는 공연에 대한 권리주장이다. 상표 소유권자만이 국내외에서 소유 상표를 이용해 영리적인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 연예산업에서도 상표권, 즉 그룹명의 사용권리를 가지고 있는자만 그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공연을 벌일 수 있다.
최근 동방신기 멤버 3명과 분쟁을 겪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5일 뒤늦게 '동방신기' 이름으로 상표 출원 신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출원 신청이 100% 등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SM이 부랴부랴 '동방신기' 이름을 재출원한 이면에는 향후 그룹이 해체되더라도 '동방신기'에 대한 브랜드 권리는 SM이 갖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SM이 부가가치 사업 등의 영역에서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독점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취하겠다는 속내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그룹의 이름 가치는 얼마나 될까. 엔터테인먼트 전문 황성필 변리사는 "인간과 관련된 것은 가치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돌 그룹과 같은 경우에는 그룹 이름으로 벌어들인 음반 판매량과 공연 수입은 물론이고, 이외의 부가가치 사업 매출까지 고려하면 이름의 가치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경우 올해 발매한 '쏘리쏘리'를 3가지 버젼으로 출시하면서 소속사 집계 기준 약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 음원수입과 방송출연 및 각종행사, 광고출연까지 포함한다면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올린 매출은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가요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슈퍼주니어'라는 그룹 이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해외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외화수익도 막대해 졌다. 아이돌 그룹이 앨범활동 말미에 아시아 투어를 기획하는 일도 높은 개런티가 담보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국가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팬미팅 행사 같은 경우도 대부분 무료 참석이 아닌 일정한 금액의 개런티를 받고 참여한다.
때문에 일부 소속사에서는 국내외 시장을 고려해 그룹의 국문 이름 뿐만 아니라 영문, 중문, 일문 이름까지 상표권을 등록하는 추세이다. 최근 '동방신기'와 분쟁을 겪고 있는 SM의 경우 멤버들의 이름인 '시아준수', 최강창민' 등도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 향후에는 개성있게 지어진 멤버들의 이름도 상표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미리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영역도 폭넓게 등록하고 있다. SM은 '소녀시대'의 이름을 음반과 공연 뿐만 아니라 화장품, 완구, 신발, 헤어 액세서리 등등 다양한 상품영역에서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출원을 해놓은 상태이다.'소녀시대'의 국문, 영문, 한문 뿐 아니라 약자인 '소시'까지 등록했다. 이같은 상표출원을 통해 소속사는 다양한 방면에서 부가사업을 펼칠 수 있는 권리를 선점한 셈이다.
황성필 변리사는 "만약 '소시'라는 상표권을 슈즈 영역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SM은 '소시' 스타일 슈즈를 만들어 동남아에 독점적으로 팔 수 있다. 아니 굳이 직접 팔지 않더라도 다른 제 3자가 '소시' 스타일 이라는 상표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상표권은 이런 부가사업을 하는데 있어 필수다. 그 가치를 따지면 무한대다.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으로 벌일 수 있는 부가사업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사진 = SM, YG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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