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서보현기자] 지금까지 한류는 아시아 지역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시장까지 진출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류 스타가 있다. 일본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스타들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배우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했고 가수들은 미국 팝시장에서 앨범을 발매했다.
결과는 성공 반, 실패 반이었다. 아시아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알맹이 없이 화려한 외면만 내세워 실패의 쓴 맛을 본 사례도 적지 않았다.
新 한류, 미국 진출의 성과와 그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 "한류는 바람을 타고"
한류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 중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에도 들어서고 있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많은 스타가 영화, 드라마, 라디오, 콘서트 등 각양각색 방법으로 미국 활동을 시작했다.
그 중에는 배우가 가장 많았다. 장동건, 이병헌, 전지현, 비 등 국내 톱 스타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이들 대부분은 할리우드 첫 작품에서 조연으로 시작해 이름 알리기에 주력했다.
1년 안에 좋은 성과를 낸 스타도 있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출연 후 '나는 비와 함께 간다'로 조쉬 하트넷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비는 '스피드 레이서'의 인연으로 '닌자 어쌔신' 원톱 자리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결과였다.
가수들의 미국 데뷔도 이어졌다. 원더걸스, 보아, 세븐 등 국내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스타가 미국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통으로 부딪힌 것이 특징. 영어 음반을 내고 미국 지역 라디오에 출연하는 등 미국 내 기본적인 데뷔 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호기심과 틈새 시장을 노렸다. 원더걸스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1960년대 모타운걸을 재현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원더걸스는 미국 진출 7개월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중 76위로 이름을 올리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 "미국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2009년"
새로운 한류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도는 좋았다. 미국 데뮈 자체에 의의를 두는 쪽이 많았다. 2009년은 한류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한 해였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
원더걸스도 같은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더걸스 측은 빌보드 차트 진입을 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빌보드 입성을 계기로 가능성을 봤다는 것. 현재 원더걸스가 추구하는 콘셉트가 미국에서 통한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원더걸스의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 1980년 이후 동양인 가수가 핫 100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원더걸스가 해냈다"며 "미국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는 뜻을 밝혔다.
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할리우드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쌔신'을 통해 할리우드 유명 감독과 제작사가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 비는 할리우드에서 차기작 계약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는 '닌자 어쌔신' 개봉 당시 "할리우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며 "이제는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하는 날까지 계속해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은 미래를 점쳤다.
◆ "단발 프로젝트 우려, 질적상승이 우선"
긍정적인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시작인 만큼 극복해야할 점도 많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한류의 해외 진출이 단발 프로젝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독창적인 콘텐츠없이 호기심 마케팅으로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더걸스의 미국 성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더걸스는 영화 '드림걸스'의 이미지를 차용해 미국에 진출했다. 여기에 동양인을 강조했고 복고를 어필했다. 틈새를 잘 파고든 전략이었지만 과연 2010년에도 관심을 끌 만한 부분인지는 미지수다.
이는 수치상의 성적과는 별개로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이문원 씨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가수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미국 시장"이라며 "미국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콘셉트 변화없이 관심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류는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한류는 더 큰 시장을 원하고 시장은 그에 따른 수익을 원한다. 이때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아시아의 스타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질로 승부해야 한다. 결국, 한국 콘텐츠에 신뢰감을 주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이문원 씨는 "국내 시장이 어렵다고 해외 진출을 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실력과 독창성으로 내실부터 다진 후 해외 진출을 해야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곧 한국의 대중문화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