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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정조임금 편지' 발간

윤탱여팬 2009. 12. 23. 18:32
국립중앙박물관 '정조임금 편지' 발간
편지글에 나타난 정조의 정국운영과 인간적 풍모
 
 
국립중앙박물관이 박물관 소장 정조임금 편지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편집해 '정조正祖임금 편지'를 발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조임금 편지는 지난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들은 지난 2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이 '정조어찰첩'을 통해 공개한 297건 서찰의 내용을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명연李明淵이 올린 상소와 관련된 일(1797.2.23), 심환지의 사직 상소 관련된 내용(1798.9.12), 규장각에 내리는 별유(1799.4.21) 등은 '정조어찰첩'에 나타난 사실들과 상호 보완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정국운영을 엿볼 수 있는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외에 정조가 외삼촌 홍낙임에게 보낸 편지들을 통해 정조의 인간적 풍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본서의 체제
'정조임금의 편지'는 정조가 초서로 쓴 편지를 하영휘 가희고문서 연구소장이 탈초하고 번역했다. 편지의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원문을 촬영한 이미지를 원문과 함께 실었고 번역문이 추가됐다. 또한, 어려운 편지 용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히 주를 달았다. 해제에는 정조 편지의 내용요약도 첨부해 정조 편지의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어있다. 말미에는 색인도 첨가하여 연구자와 열람자의 활용도를 높였다.
 
홍낙임,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 총 66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총 66건의 정조 편지가 소장되어 있다. 이 편지들은 수신자에 따라 둘로 나눌 수 있다. 정조가 홍낙임(洪樂任, 1741~1801)과 심환지(沈煥之, 1730~1802)에게 보낸 것이다. '정조正祖임금 편지'에서는 홍낙임에게 보낸 편지를 ‘번리어찰’,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는 ‘삼청동어찰’이라고 불렀다. 

'번리어찰'은 당의 두보杜甫와 송의 육유陸游의 시를 각각 5백 수씩 뽑아 만든 '두륙천선杜陸千選'과 외할아버지 홍봉한 익정공의 '실기實紀'와 '유집遺集'의 편집 과정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조는 외삼촌 홍낙임과의 편지 왕래에서 학문과 문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이 편지에서 정조는 항상 정중하게 경어를 쓰며 혜경궁 홍씨의 안부를 전해주거나 집안의 경사에 몹시 기뻐하는 인간적인 풍모를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심환지에게 보낸 '삼청동어찰'에서는 당시의 정치적 현안들을 용의주도하게 조정하며 정국을 이끌어 가고자 했던 국왕 정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 편지에서 정조는 인사문제, 세간의 풍문, 주요 인물과 집안에 관한 정보, 민심의 동태, 형벌문제 등 국정 전반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번리어찰'이 정조의 사적이고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면 '삼청동어찰'은 공적이고 통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개ㆍ돼지만도 못한 물건들 같으니”
조급한 성격의 정조, 때때로 분노 삭이지 못하고 표출

 
특히 정조의 조급한 성격과 독설을 불사하는 모습은 지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종전의 풍모와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 흥미롭다. 그는 심환지에게 보낸 한 편지(1798. 3. 14)에서“경은 한 밤중에 벽을 돌 때가 없는가? 나는 성격이 편협하여 태양증太陽症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이질에 걸린 어용겸魚用謙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한 자식들에 대해서는 “그 집 아이들은 모두 개돼지만도 못한 물건들”(1798. 8. 13)이라며 독설을 내뱉기도 한다.
 
정조의 인간적 면모 재발견, 정사의 이면 파헤쳐
'정조正祖임금 편지'안의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편지, 번리어찰과 삼청동어찰을 읽다보면 정조가 매우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편지글을 통해 정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정조는 자신의 성격을 조급하고 괄괄한 태양증太陽症이라고 하며 이런 연유로 밤에 가끔씩 벽을 돌 때도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성격 탓에 정조는 국가의 대소사와 책의 편집, 여러 친인척들의 소식들을 자신이 간여하여 처리하고자 하였다. 정조는 밤을 새면서 날마다 끊임없이 고심하였고 공무로 인해 정력을 소진해 버렸다. 그런 가운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독서였다. 정조는 독서가 가슴의 막힘과 답답함을 사라지고 흩어지게 해준다고 하였다. 그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고, 다독을 바탕으로 많은 책을 저술하였으며, 정국을 운영하면서 많은 편지를 썼다.

이 편지들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내각일기', '일성록' 등 정조시대를 이야기해주는 관찬서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른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조의 내면적 고뇌라던가 특정 사건의 배경과 전개과정 등을 보다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조正祖임금 편지』발간을 계기로 이미 공개된 정조편지와 앞으로 공개될 정조 편지, 그리고 관찬서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정조시대를 다각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총 300쪽, 정가 40,000원)
 
문화저널21 문화뉴스팀 master@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