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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조선 노비는 얼굴 낙인을 진짜 찍혔나

윤탱여팬 2010. 1. 22. 12:04

‘추노’ 조선 노비는 얼굴 낙인을 진짜 찍혔나

[뉴스엔 김형우 기자]
화제의 드라마 '추노'는 그동안 사극에서 외면당한 노비를 소재로 도망 노비와 이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 속 잘 알려지지 않던 노비를 주인공을 한데다 이들의 삶을 그리다보니 시청자나 대중들의 궁금증도 적지 않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노비의 얼굴이나 몸에 새긴 '낙인'의 존재여부다. 지금까지 대부분 사극에서 낙인이 찍힌 노비가 등장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 범죄자에게 새긴 낙인을 과연 노비들에게도 새겼을까?

낙인에 대한 역사적 추적은 고려시대서부터 명확히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 범죄자 혹은 노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낙인을 찍었다는 사료가 존재한다. 이를 이어 조선시대에서도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망가는 노비가 적지 않아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낙인을 찍었다는 것이 사가들의 설명이다.

낙인을 찍는 일은 이미 범죄자들이나 노비들에게 널리 행해진 벌이다. 노비 가운데서도 이 낙인을 찍힌 노비는 가장 천한 부류로 분류됐다.

사료에 따르면 연산군 시절 도망을 치다 잡힌 노비 중 남자에겐 '奴'자를, 여자에겐 '卑'자를 새겼다. 남자는 왼쪽 뺨에, 여자는 오른 쪽 뺨에 이를 새겼다.

낙인에 대한 형벌을 조사하면 대다수 가려지는 부분이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는 얼굴에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가장 큰 형벌 중 하나가 이마에 '鯨'(경)자를 새기는 것인데 '경을 칠 놈'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

하지만 도망 노비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낙인을 찍는 사례가 줄어들었다. 조선시대 후반기엔 신분사회가 워낙 요동을 치면서 이와 같은 형벌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추노꾼의 존재는 있었을까? 그 가능성은 크다.
'추노'가 조선시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때는 숙종, 영조 때다. 숙종 경종 영조 시대는 말그대로 조선시대 르네상스로 일컫어지는 시기다. 돌려말해 양반과 상민, 노비로 구성된 신분사회가 무너지기 시작한 때다. 돈이 많은 상민이 양반이 되기도 했으며 몰락한 양반은 그 반대의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경제적 부를 축적하지 못한 일반 백성의 많은 수가 노비가 됐을 정도로 신분 사회가 요동을 치던 시기다.

'추노'가 가장 많이 언급된 숙종, 경종, 영조 실록엔 추노의 폐해가 고스란히 적혀있다.
"흉년에 노비를 추쇄(추노)하고 빚을 독촉하는 것을 금했는데도 해미 현감 강필건이 가족을 위해 병자년 도망간 노비 족속을 끝까지 추쇄하면서 혹독하게 형장으로 신문해 한 마을이 텅비게 됐다" (숙종 17권 12년)

"온성 부사 노흡은 일찍이 영남의 영장을 맡았을 때 도적을 잡는다 빙자하고 추노를 겸하여 행했는데 부민을 마구 침탈해 받은 뇌물이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경종 13권 3년).

"추노를 엄하게 금하기를 거듭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닌데, 자신이 영장으로 있으면서 공무를 빙자하여 사욕을 채우고 도둑을 잡는다는 핑계로 추노하고 있으니, 뒷날의 폐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영조 1권 즉위년)

이 기사들에 따르면 '추노'는 일부 관료들의 비리와 크게 관여돼있다. '추노'로 돈을 벌어 사리사욕을 채웠고 이를 징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었던 것이다.

국가에선 재해가 있을때마다 추노를 금지하기도 했다.
숙종 21년엔 흉년이 들자 관료들이 추노를 엄금하기를 왕에게 고했다. 이 밖에도 '추노'와 관련된 적지 않은 기사가 재해로 인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져 있으므로 추노를 금지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조실록엔 "근래에 빈궁한 양반들이 이른바 추노하는 경우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양 재해를 받은 해에는 반드시 추노를 금했으니, 진실로 백성들의 생업을 안정시키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라는 글이 나온다.

드라마에서 장혁이 분한 추노꾼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잠시 소개됐다.
숙종 35권 27년 기사엔 "황해 도사 이정상이 검전할 때에 추노와 징채하는 사람을 많이 데리고 가서 지나가는 군현마다 억지로 음식물을 대접하게 하고 사실 여부는 따져 보지도 않은 채 한결같이 그들의 말을 듣고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어 함부로 매질을 한다 합니다"고 적고 있다. 극 중 장혁이 연기하는 전문적인 노비 추격자 '추노꾼'들이 실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