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못남’ 화려하지만 고독한 재테크 “결안남이네!” [2009-06-23 08:13:

‘결못남’ 화려하지만 고독한 재테크 “결안남이네!”

화려한 싱글의 고독한 재테크, “ 결혼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네!” 밝은색의 고급 셔츠 소매를 멋스럽게 걷어 올리고 잘 다려진 팬츠와 최신 유행의 빅백을 든 마흔의 건축사. 취미는 클래식 음악감상이고 꽤 높은 수입으로 고급 오디오, 한정판 고급 보드게임 등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조금 까칠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만 혼자 고깃집에서 갈비를 구워먹을만큼 싱글 라이프에 완벽히 적응했다면 굳이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줄 필요도 없다. KBS 2TV 월화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극본 여지나/연출 김정규, 이하 결못남)의 조재희(지진희 분)는 외로운 남자, 결혼 못한 남자가 아니라 결혼을 안한 듯 보인다. 싱글 라이프를 완벽하게 즐기고 있는 그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거추장스럽다 못해 필요없어 보인다. '결못남'은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제목과는 달리 결혼을 안하고 사는 화려한 싱글들의 라이프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지난 22일 방송된 3회 '고독한 재테크' 편은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조재희와 장문정(엄정화 분)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건사할 가족도, 간섭할 배우자도 없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독신의 미덕이라고 굳게 믿는 조재희. 엄청난 가격의 초호화 오디오 세트와 한정판 고급 보드게임을 외국 경매 사이트에서 그냥 구입할 정도로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그를 보며 박봉에 시달리는 어린 박현규(유아인 분), 정유진(김소은 분)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조재희의 매제이자 고교 동창인 박광남(임호 분)은 조재희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아내에게 뺏기고 적은 용돈으로 생활한다. 의사라고 해도 집으로 돌아가면 마누라와 딸의 애교에 꼬리를 내리는 가장일 뿐. 조재희는 용돈이 부족하다며 돈을 꿔달라는 박광남에게 "버는 돈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것, 그것이 결혼", "수입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결혼하면 애하고 와이프에게 다 돌아간다" 등 독설을 내뱉으며 결혼 생활의 단점을 줄줄이 토해냈다. 마흔을 눈앞에 둔 싱글 여의사 장문정(엄정화 분)도 조재희처럼 싱글 라이프를 즐기기는 마찬가지다. 정유진이 꿈도 못꾸는 비싼 옷을 색상별로 여러 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다. 그녀와 함께 쇼핑을 하는 정유진은 상사 차로 사고까지 내 비싼 수리비를 내야할 처지에 몰려있는 상태. 정유진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삶을 즐기는 장문정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그래도 그녀는 조재희와 조금은 다르게 외로움을 탄다.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왠지 모를 상실감, 외로움의 비중이 꽤 커 보인다. 장문정은 "혼자 살 아파트를 분양 받아볼까"하는 생각으로 들렀던 모델하우스에서 줄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고 처량함을 느꼈다. 자신의 삶에 투자할 자금이 여유로운 것은 좋지만 보정속옷이 몸매를 받춰줘야하고 색조보다는 성분에 신경써 화장품을 고르는 나이가 된 자신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고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녀도 억지로 결혼할 생각은 아직 없는듯 보인다. 결혼정보회사에서 36이 넘으면 나이점수가 없어져 등급 심사에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하자 장문정은 초조해하거나 실망하기 보다는 콧방귀를 뀌며 자신에 대한 매력이 나이로는 매겨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인생을 살고 이는 두 싱글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 아니냐"는 부러움 섞인 원성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고독한 재테크 편이었지만 오히려 싱글들이 개인적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보인다는 '화려함'에 경도된 연출이 조금은 아쉬웠다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화려한 집과 탄탄한 직업,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감있게 생각하는 두 남녀를 보고 "결혼 못했다"고 놀리기 보다는 "저 둘은 행복에 겨웠다"고 부러워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된장녀, 된장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단순히 사고 싶은 것 다 구입하는 전문직 고소득 싱글의 생활로 무시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연애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과연 이어질까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3회에서 조재희의 어머니가 장문정을 "맘에 드는 처자"라고 점찍었다. 또 23일 방송될 4회에서는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함께 구경할 예정이어서 화려한 두 싱글이 결혼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