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물이 오를데로 오른 선덕여왕이 맞상대라니. KBS 2TV 새 월화미니시리즈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이 시청자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GB닐슨 조사결과 '결못남'은 22일 3회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7.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오후 10시 같은 시간대 맞상대인 MBC '선덕여왕'은 25.8%로 이날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며 탄탄대로를 질주하고 있다.
'결못남'은 '꽃보다 남자'에 이어 일본의 인기 드라마를 그대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베 히로시 주연의 원작이 기발한 소재와 재밌는 줄거리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에 이번 한국 방영도 기대를 모았다. 지진희와 엄정화를 앞세운 캐스팅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사극 '선덕여왕'이 아역들의 열연과 '태왕사신기'를 능가하는 스케일, 손에 땀을 쥐게하는 초반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 환호를 받은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후발주자 '결못남'으로서는 단기간 역전이 힘든 상황이다.
'꽃남'이 한류스타 송승헌 등 초호화 캐스팅의 대작 '에덴의 동쪽'보다 뒤에 시작하고도 대역전에 성공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에덴의 동쪽'은 중반 이후 주연진 연기력 논란에다 불화설이 겹치면서 힘을 잃어갔고 그 틈새를 '꽃남'이 비집고 들어갔다.
'결못남'은 잭 니콜슨 주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연상케 하는 드라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며 독신을 선호하는 여피족 40살 건축가 재희(지진희 분)가 밝고 명랑한 성격의 골드미스인 내과 전문의 문정(엄정화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
지진희는 까칠한 편집증 환자 같으면서도 따뜻한 속마음을 가진 재희 역을 맡아 기대 이상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싱글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에서 다채로운 현대 여성상을 연기했던 엄정화도 모처럼 딱 들어맞는 캐릭터를 만나 신바람을 내는 중이다.
연출을 맡은 김정규 PD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각박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휴머니즘이 강한 드라마다"라고 기획 의도에 대해 전한 바 있다.
한편 '결혼 못하는 남자'는 지난 2006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일본 TV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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