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차수경의 폭발적 가창력이 돋보인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가사 내용 그대로 장서희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열심히 봤던 그 드라마까지 떠오르기 때문이다. 막장 논란에 올해 큰 화제의 중심에 섰던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과 테마곡 '용서못해' 얘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귓전을 알게 모르게 때려놓고는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게 만든 노래 소절이 있었다. 이른바 2009년 귀에 쏙 들어온 불후의 한 소절. 지난 2007년엔 김아중의 '마리아'를 비롯해 '쇼를 하라' '텔미' '무이자송'이, 2008년엔 그 중독성 강했던 '되고송'과 '맘마미아' 'SK브로드밴드송' '소 핫' '노바디'가 이 불후의 한 소절이었다면, 올해는 어떤 소절이 우리 곁에 맴돌았을까.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용서못해'가 있었다면 KBS '꽃보다 남자'에는 윤지후(김현중) 테마곡 '내 머리가 나빠서'가 있었다. '내 머리는 너무나 나빠서 너 하나밖에 난 모르고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넌 이런 내 마음도 모르겠지/ 너의 하루에 나란 없겠지 또 추억조차 없겠지만 너만 바라만 보고 있는 난 자꾸 눈물이 흐르고 있어..'
현실에선 맛볼 수 없었던 판타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데다 김현중이 속한 SS501이 직접 불러 동생, 누나, 이모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곡이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윤지후와 금잔디(구혜선)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을 것만 같다. 이 곡은 1월 당시 가요계를 평정했던 소녀시대의 '지'와 대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노래이기도 했다.
TV에는 꼭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올해는 CF 음악이 음원차트를 강타했을 정도로 중독성 강한 노래가 CF에서 터져 나왔다. 빅뱅과 2NE1의 '롤리팝'과 손담비, 애프터스쿨의 '아몰레드'가 바로 그것이다.
'막대사탕보다 더 달콤한 내 마음은 터질듯한 다이나마이트 난 깔끔한 남자 T.O.P..오 그댄 딱 내 스타일이야 반짝반짝 스타야 색다른 걸 원해..'(롤리팝)
'빛나지 그 누구보다 더 밝게 더욱 빛나지 그 누가 발하는 빛보다 더 진하지 비교조차 할 수가 없어 Shining like sunshine..'(아몰레드)
가사도 가사지만 무엇보다 'Lolli Lolli Loliipop'과 'AMOLED, AMOLE-MOLE-MOLE, AMOLED'를 끊임없이 반복했던 두 곡은 올해 상·하반기 음원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다운로드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2NE1이 데뷔하기도 전에 그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롤리팝' 덕분이었고, 이 곡은 2NE1 첫 미니앨범에 '파이어' '아이 돈 케어' 등과 함께 수록됐다.
'롤리팝'이나 '아몰레드'처럼 현란하거나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올해 우리 귓전을 구수하게 때린 CM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하이마트 CF에 나온 그 노래다. '과속스캔들' 흥행에 힘입어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이 한꺼번에 콤비로 출연한 그 CF. 차태현은 동네 이장쯤으로 나오고, 박보영은 물결펌, 왕석현은 다리 하나 건들거리는 '추리닝' 바람으로 나왔더랬다. '전원일기'쯤 되는 그런 풍경.
'(차태현)아 아~ 다들 김장들은 담근겨~ 안 담근겨? 어따둔겨? 어유~ 어따둔겨? /(박보영)하이마트 김치냉장고 얼른 와서 구경해봐요 /(왕석현)좋아부러~' 그리고는 역대 성공한 CM 중 하나로 꼽히는 히트 소절이 나온다. '하이마트로 가요~'
'과속스캔들' 얘기가 나왔으니 보다 스케일 큰 스크린으로 눈을 돌려보면 극장판 불후의 한 소절은 단연 800만 관객이 본 '국가대표'의 '버터플라이' 아닐까.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후회속에 감춰진 너를 못봐 /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사실 이 곡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러브홀릭스의 싱글곡.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와 마음을 울리는 감성적 사운드, 여기에 '날개-날아-멀리'라는 단어들이 스키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에 도전하는 '국가대표'와 맞아 떨어져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네티즌들은 "영화도 감동적이지만 음악과 함께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가요 쪽에선 소녀시대의 '지'와 '소원을 말해봐', 2NE1의 '아이 돈 케어',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가 거의 누구나 인정할 만한 올해의 한 소절. 지난 7월 MBC '무한도전-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선보인 박명수-제시카의 '냉면', 정준하-애프터스쿨의 '영계백숙'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한 여름을 뜨겁게 달궜으니 빼놓으면 섭섭하다.